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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h Aug 11. 2019

비이성과 이성 사이

인간 본성의 법칙_로버트 그린, 이지연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9

                                                                                                                                  

인간의 삶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는 피할 길이 없다. 그중에는 내 인생을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 불쾌감을 주는 사람도 있고, 그 상대는 상사나 직장 동료, 혹은 친구일 수도 있다. 그들은 그럴듯한 핑계를 만들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만만한 희생양을 찾아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놀랍게도 저들은 어떻게 해야 우리를 혼란에 빠드릴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우리는 이에 항변하고 화를 낼 수도 있지만 결국 이미 일은 벌어졌고 무력감만 남을 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그럴 때 우리가 상대의 행동을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다가 무방비 상태로 당한다는 점이다.


로버트 그린은 전 세계 리더와 독자들에게 현실을 돌파하는 지혜를 전파한 권력술의 멘토, 버클리의 캘리포니아 대학교와 매디슨의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고전학을 전공했고, <에스콰이어> 등의 잡지를 편집하고 할리우드에서 스토리 작가로 일했다. 그가 집필한 권력과 대중조작에 관한 책인 <권력의 법칙>은 현대판 <군주론>으로 평가되며 출간되지 마자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이후 출간된 <유혹의 기술>, <전쟁의 기술>이 연이어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면서 이 3부작은 전 세계적으로 200만 부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


저자는 이 책 <인간 본성의 법칙>을 통해서 우리 자신을 포함해 사람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함께 조사해보자고 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고 싶다면 먼저 나 자신을 자극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역사적 인물들의 사례를 통해 인간 행동을 유발하는 내면의 충동과 동기를 읽어내는 18가지 법칙을 제시한다. 불가사의하고 복잡하며 흥미로운 존재인 인간, 그런 우리의 행동을 만들어내는 내면의 작동 원리를 알게 된다면 우리 인생의 부정적 패턴을 깨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한다.                                              


복잡다단한 내 마음을 18가지로 나눌 수 있는 것일까?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白戰不殆)라고 했다. 이 말은 손자병법 모공편에 나오는 말로 자신과 상대방의 상황에 대하여 잘 알고 있으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다는 뜻이다.


좁은 범위인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우리는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성장 환경이 다른 남편과 아이와 지내다 보면 별일 아닌데도 투닥거릴 때가 있다. 그럴 때 가장 쉽게 상황을 모면하는 방법은 ‘남 탓하기’. 내 잘못은 없고 네가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서로 핏대를 세우며 ‘네 탓하기’에 바쁘다.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 일은 어느새 감정싸움으로 번지게 되고 격양된 감정을 잠재우지 못해 씩씩거릴 때가 있다.


넓은 곳으로 나아가 보자.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지내다 보면 별별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쿵짝이 잘 맞는 사람들만 주변에 있으면 감사하겠지만 어림없는 바람이다. 나와 코드가 잘 맞든 맞지 않든 우리는 삶을 다하는 날까지 무리 지어 살아가야 한다.


뼛속까지 사회적 동물인 나는 무리 속에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지만 내내 혼자 있는 것은 즐기지 않는다. 그곳이 어디든 무리 속에 섞여 있고 싶다. 서로 아웅다웅하기보다는 잘 어우러지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고 싶다.


어떻게 하면 그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첫째, 인간 본성의 법칙을 알고 나면 더 차분해지고 사람들을 전략적으로 관찰하게 될 것이다. 쓸데없이 기운을 빼는 수많은 감정 기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둘째, 인간 본성의 법칙을 알고 나면 사람들이 끊임없이 내보내는 여러 신호를 능수능란하게 해석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훨씬 더 잘 판단하게 될 것이다.

 

셋째, 살다 보면 장기간 정서적 상처를 남기는 독버섯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인간 본성의 법칙을 알고 나면 그런 자들을 만나도 대적할 수 있고 그들의 생각을 앞지르게 될 것이다.

 

넷째, 인간 본성의 법칙을 알고 나면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진짜 지렛대가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그만큼 앞으로의 인생이 수월해질 것이다.

 

다섯째, 인간 본성의 법칙을 알고 나면 당신 안에 인간 본성의 힘이 얼마나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면 당신의 부정적 패턴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여섯째, 인간 본성의 법칙을 알고 나면 타인에게 더 공감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주위 사람과 더 깊고 만족스러운 유대관계가 생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간 본성의 법칙을 알고 나면 당신의 잠재력이 달리 보일 것이다. 당신 안의 더 높고 이상적인 자아를 자각할 것이며, 그걸 끄집어내고 싶어 질 것이다.

모임을 하다 보면 유독 나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과 부딪힐 때가 있다. 에티켓이 있으니 서로 대놓고 다투지는 않는다. 교묘한 말씨름을 하며 상처를 주고받는다. 통제가 불가능하다. 분노를 다스리고 싶지만 내내 머릿속을 맴돌며 시름한다.


그의 어떤 행동이 나를 불편하게 한 것일까?

내가 싫어하는 타인의 행동은 어떤 것들이 있는 것일까?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본 적 있었던가?


감정 기복에서 자유롭다 생각하지만 이성을 잃고 반응하게 된다. 무의식의 밑바탕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면 상대의 공격에도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평정을 유지하는 게 이상적이나 나는 아직 어렵다.


이성을 향한 여정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1단계 : 내 안의 편향을 자각한다.

  확증편향

  확신 편향

  겉모습 편향

  탓하기 편향

  우월성 편향


2단계 : 심리적 방아쇠를 확인한다.

  유아기의 심리적 방아쇠

  갑작스러운 성공이나 실패

  압박감이 증가할 때

  감정을 자극하는 사람

  집단 효과


3단계 : 이성적 자아를 끌어낸다.

  자신을 철저히 이해하라.

  감정을 뿌리 끝까지 확인하라.

  대응시간을 늘려라.

  사람들을 불면의 사실로 받아들여라.

  사고와 감정 사이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라.

  이성을 사랑하라.


우리가 비이성적임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품게 해주는 사실이 두 가지 있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사실은 역사를 통틀어 모든 문화권에서 높은 이성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그들 덕분에 인간은 진보할 수 있었다. 그들은 우리 모두가 목표로 삼아야 할 이상향이다. 거기에 포함될 사람들을 몇 명만 예로 들어보면 페리클레스, 고대 인도의 통치자 아소카, 고대 로마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중세 프랑스의 마그리트 드 발루아, 레오나르도 다빈치, 찰스 다윈, 에이브러햄 링컨, 작가 안톤 체호프,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사업가 워런 버핏 등이다. 이들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자질이 있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약점을 현실적으로 평가하고, 진리와 현실에 집중했으며, 사람들에게 관대했고,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는 능력이 있었다.(p.68)


저자가 소개하는 사례들이 흥미롭다. 저자의 해석 또한 흥미롭다.


책을 읽는 동안 프로이트와 칼 융의 ‘정신 분석’에 관한 내용들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저자가 그들의 심리학(정신 분석)을 토대로 이 책을 엮은 게 아닌지 감히 짐작해본다. 일례로 “사회적 동물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 감정의 소통 기능은 곤란한 측면도 있다. 실제로 느끼는 것은 다른 감정이면서 분노를 표출하거나 다른 대상에 대한 분노를 엉뚱한 사람에게 분노를 표출할 경우 상대는 그런 사실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다.”(p.49)


이것은 프로이트의 방어 기제 중 ‘치환’에 해당한다. 속된 말로 ‘종로 가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격’이란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 뿐만 아니라 속속들이 그들(프로이트, 융) 정신분석의 그늘 아래 기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프로이트와 융의 학문은 어렵지만,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은 재미가 있다.


우리 성격의 여러 측면 중에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잘 모르는 면이 있다. 바로 사회적 인격이다. 집단 속에서 활동할 때 우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집단 환경에서는 무의식적으로 남들이 하는 말, 하는 행동을 흉내 낸다. 생각도 달라진다. 무리에 녹아드는 것을 더 걱정하고 남들이 믿는 것을 믿는다. 감정도 달라진다. 집단의 분위기에 감염된다. 위험을 더 잘 감수하고, 비이성적인 행동도 더 쉽게 한다. 다들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인격이 내 인격을 압도할 수도 있다. 남들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듣고 그들의 행동에 나를 맞추면서 개성이나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간다. 유일한 해결책은 집단 환경에서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이 되는지를 잘 이해하고 그에 대한 자각을 키우는 것뿐이다. 표면적으로는 집단에 잘 녹아들고 고차원적인 협업이 가능하면서도, 독립성과 이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p.616)


사회적 현상으로 두드러진 리더의 색깔 논쟁으로 국가 간 다툼이 치열하다. 인간의 추악함과 사악한 이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를 따르는 애먼 국민들만 애달픈 형국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두머리의 영향력이 그 직장을 좌지우지한다. 리더의 색깔이 분명하면 분쟁이 빚어질 요소가 다분하다. 분쟁은 또 다른 분쟁을 낳는다. 다양한 성향들이 모여 집단을 이룬다. 리더의 색깔이 분명하면 그 집단은 결국 붕괴되고 말 것이다. 마찰이 빚어진 사람과 개선을 시도해보지만, 이미 떠나버린 마음을 되돌리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럼 의미에서 나는 특정 집단의 우두머리는 말랑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종종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 네 탓보다 내 탓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일방적인 문제는 없다. 관계는 늘 두 사람의 문제부터 시작한다.


날씨가 추우면 눈이 내린다.

우리 마음이 추울 땐 마음에 냉기가 서린다.


따뜻한 봄이 오면 눈은 녹는다.

우리 마음의 눈(雪)은 언제 녹을까?


남을 향한 비난에 앞서, 상대의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부터 시작해보자.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말랑말랑한 사고로 말랑말랑한 관계를 연결하고 싶은 분들께는 이 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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