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남자
여섯 살 아들에게 일요일은 중요한 자리에 나가는 날이다. 바로 교회 예배, '가장 좋은 옷'을 차려입는 날이다. 오늘도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온라인 예배를 드리지만 그의 준비작업은 평상시와 같다. 내가 노트북으로 화면을 준비하면 아들은 스스로 장난감을 정리하고 옷을 찾아 입는다. 평일에는 내가 준비한 옷을 입지만 일요일은 그에게 온전한 선택권이 있다. 평소 패션에 남다른 감각을 연출하는 그는 한때 내가 옷을 지어 입히기도 한 나의 뮤즈였다. 지금보다 키가 10센티 이상 작았을 때 그는 내가 만든 트레이닝복 안에서 겨우내 자다 일어난 다람쥐같이 통통한 볼이 귀여운 아기였다. 켜켜이 접어진 옷더미와 옷걸이에 걸린 옷들을 훑어보는 그의 진지함에서 패션을 대하는 진심이 느껴진다. 옷을 잘 차려입는 것이 의외로 사는데 중요한 문제인 것을 나는 뒤늦게 알게 되어서 아이들에게만큼은 제대로 가르치고 싶었다. 때와 장소, 계절과 목적에 맞게 옷과 액세서리를 고르는 일에 신중하고 즐거움을 느끼길 바랐다. 나의 첫 번째 미션이었던 큰 아들은 어느덧 좋아하는 색을 고르고 때에 맞는 옷 정도는 구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지난달에 "체육 하는 날엔 이런 옷은 불편해" 하고 말하는 것을 듣고 기뻤다. 여동생의 옷에도 관심이 많은데 특히 남자 옷에는 잘 없는 진주나 큐빅 장식에 관심이 가는지 매만지고 훑어보며 떼어지는 거면 자기 옷에도 달아본다.
아들은 결국 단 한벌 있는 정장 세트를 골랐다. 화면 속의 전도사님의 착장을 따라 하면서 내심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나는 좋네 하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아들은 밝은 파란색이 굵은 스트라이프로 들어간 칠부 소매를 재킷 안에 입겠다고 했다. 진회색 정장이 밝아졌다. 회색보단 밝은 파랑이 저에게 잘 받는 것을 육감적으로 안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름 잘 선택했다고 속으로 칭찬했다. 그리고는 안에 입었어야 할 조끼를 뒤늦게 집어 들곤 이건 어쩌지? 하고 묻는다. 내가 그건 안 입어도 될 것 같은데, 하고 설명하려고 하자.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재킷 위에 조끼를 입었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놀랐지만 의외로 괜찮아 보였다. 트렌치코트 느낌도 나고... 그렇게 우리 집 GD군의 패션은 종결되나 싶었는데 세트인 정장 바지 대신 같은 색의 벨벳 느낌 쫄바지를 찾아 입으신다. 와우, 다리가 길고 날씬한 본인의 체형을 잘 살려 입었다. 상체는 넓어 보이고 하체는 길어 보였다. 아들은 드레스룸에서 나오면서 양말을 고른다. 핑크. 그리곤 나비넥타이를 찾았다. 역시 핑크색이다. 패션에 정답은 없다고 한다. 곧 오답도 없다.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지금처럼 즐거우면 됐다. 더군다나 남들에게 보이는 것에 많이 좌우되는 옷 입기의 공식에서 내 주관이 분명히 있다는 것은 대견하고 부러운 일이다. 그가 바라던 파란색 운동화를 얼른 사줘야지. 그는 다 계획이 있어 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