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굳이 그것을……
원래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이야.
그러니까 너 옆을 봐봐.
너 안을 들여다봐봐.
얼마나 소중한지.
얼마나 괜찮은지.
욕심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더 높은 곳으로 데려다 놓기 위해 애를 쓴다. 그리고 그 길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경계하기도 한다. 그들이 들고 있는 떡이 내 것보다 더 크다고 여기며 부러워하면서 말이다.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물고 있는 개가 물에 비친 자신의 고깃덩어리를 욕심내다 결국 자신의 것도 잃게 되는 유쾌 씁쓸한 전래동화가 있다. 나는 그 이야기 속 욕심 많은 개가 참 안쓰러웠다. 나와 비슷한 종족을 바라보는 연민이라고나 할까. 자신의 것을 알지 못한 채, 남의 것만 바라보는 그 마음이 오죽하겠나 싶다.
나는 늘 누군가를 부러워한다. 중학교 때에는 나의 앞 등수 아이들이 부러웠고, 고등학교 때에는 내가 좋아하는 체육선생님께 칭찬을 듣는 체력 좋은 친구들이 부러웠다. 대학교 때에는 잘 꾸미고, 잘 노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교사가 되고 나서는 뭔가를 잘해서 인정받는 선생님들이 그렇게도 질투 났다. 더불어 아이를 낳고 나서는 아이를 잘 키운 엄마들, 센스쟁이 신랑을 둔 여자들을 보며 배 아파하기도 했다.
캔맥주를 따서 테이블 앞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보며 신랑이 웃으며 말한다.
“왜? 또 누가 부러웠어?”
신랑은 부담스러울 만치 나를 잘 아는 것 같다.
‘누군가가 부러우면 지는 거야.’
이렇게 생각한 나는 엄청 쿨한 척 이야기한다.
“아니, 부러운 건 아니고. 근데 여보, 그 사람 정말 대단해. 자신이 수업한 내용으로 유투버 활동도 하고, 결국에는 책도 냈더라고. 당신도 보면 깜짝 놀랄 거야.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지?”
내가 쉬지도 않고, 그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 무심한 신랑은 아무 반응 없이 듣고만 있다.
“…….”
“여보, 내 말 듣고 있어?”
“그래서 그 사람이 부러웠어?”
“부러운 게 아니라니까.”
“그게 부러운 거지. 참 피곤하게 산다. 이혜정.”
괜히 성질이 났다. 부러워한 것이 아니라니까.
“내가 뭘? 훌륭한 사람 보면 존경스럽기도 하고, 내가 못 한 일 해낸 사람 보면 부러울 수도 있는 거지. 그게 뭐 문젠가?”
“너는 어떤데?”
“어?”
“그 사람은 이렇게 저렇게 잘났는데, 너는 어떤 것 같냐고? 그것 좀 생각하며 살아라. 자기가 가진 게 뭔지도 모르면서. 으이고 답답아!”
가끔, 이런 신랑의 무심한 말들이 나를 또 철학하게 만든다. 나는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내가 가진 것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결핍된 부분만 생각했었다.
그럼, 한번 내가 가진 걸 생각해 보자.
우선 교사로서 아이들 교육에 열정적이고, 이 부분에 있어서는 주변의 인정을 받아왔다. 둘째, 신랑도 그 정도면 무난하다. 셋째, 아이들? 아직은 어려서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는 괜찮다. 예쁘게 잘 크고 있는 것 같다. 넷째, 음……, 내 생각을 간단한 그림과 글로 표현하는 재주도 있고, 키는 작지만 그리 못생긴 편은 아닌 것 같다. 다섯째, 돈은 뭐, 내가 사고 싶은 음식은 별 부담 없이 사 먹을 수 있는 정도? 땅값이 싼 지방이지만 30평대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고, 경차이지만 나 혼자 어디로든 갈 수 있게 자차도 있다. 여섯째, 친구는 많지 않지만 쓸쓸할 때 불러낼 수 있는 한 두 명은 있는 것 같고, 일곱째, 계획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추진력과 문제해결력도 어느 정도는 있는 듯싶다.
이제,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생각해 보자.
첫째, 돈이 크게 많지 않다. 둘째, 키도 작다. 화려하게 예쁘지 않다. 셋째, 좋은 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넷째, 책을 내고 싶은데, 원고 투고한 몇 군데의 출판사에서 까였다. 다섯째, 겁도, 걱정도 많아서 그리 많은 여행을 하지 못했고, 그래서 견문이 짧다. 여섯째, 놀 줄 모른다. 운동도 못한다. 체력이 바닥이다.
이렇게 적다 보니, 어머 웬일이야? 내가 가진 것들이 조금 더 많다.
‘왜 없는 것만 생각했을까?’
분명 내가 가진 것들을 못 가져서 우는 이도 꽤 많을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맨날 남의 떡만 보다가 내 떡들이 썩어 가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지금부터라도 가지고 있지도 않은 떡들을 생각할 시간에 내 떡들을 어떻게 더 맛있게 먹을지 생각해 봐야겠다. 혹시 알아? 누가 기특하다고 새로운 떡을 보내줄지. 혹시 알아? 내가 가진 떡들이 빛을 발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