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같은것, 다른생각 1] 너의 이름을 불러줘

-우리 둘이서 철학-

by 웃는샘 이혜정



#김선생 이야기


나는 9살 그 녀석을 처음 본 여름밤, UFO 타고 온 저 멀리 외계행성에서 온 생명체라고 생각했다. 그 이전에는 아마 엄마의 말대로 숲의 정령, 요정이라고 상상했지는도 모른다. 그러나 다음날 동이 트고, 비현실적인 형광초록빛이 사라지고, 바퀴벌레랑 사촌쯤 되는 검은 갈색 등딱지의 초라한 외모에 바둥거리고 있는 녀석을 보자, 지난밤 환상이 싹 사라져버렸다. 다 큰 어른의 속된 비유법을 들자면, 이건 만취해 조명아래 예뻐 보이던 미인이, 술 깨고 보니 별볼일 없는 사람 같은...



'반딧불이'란 멋진 이름에서 '개똥벌레'란 이름으로의 타락도 그런 느낌이다. 학명 Luciola cruciata. 짝짓기 시기, 꼬리 부분에 발광 세포 루시페린이 활성화 되어 화학에너지를 빛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이 낭만적이고 과학적인 벌레.



그런데 이놈이 어쩌다 ‘개똥이’가 되어버렸을까? 그 유래를 찾으니, 중국 고대 경전 中 '부초위형(腐草爲螢)’ 이라는 문장에서 ‘부초( 거름더미)에서 빛이 났다.’ 라고 하는 구절에서 나왔다고 한다. 또 습한 곳을 좋아해 습한 똥덩이 위에 늘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한편 예전에는 개똥참외처럼 흔한 것에 ‘개똥’이라 불렀는데, 논밭에 이 벌레가 너무 흔해서 개똥이란 이야기도 있다. 무엇을 믿거나 말거나~



아무튼 난 녀석의 ‘반딧불이’와 ‘개똥벌레’ 이름의 간극을 생각한다.



나는 내 이름값 하고 살고 있는지? 누군가에게 나는 숲의 정령이 깃든 반딧불이일까? 그냥 수많은 벌레중 하나인 개똥벌레일까? 누군가에게 반디면 어떻고~ 개똥이면~ 어떤게 인생이라지만....


나는 너의 이름을, 나는 나의 이름은 다시 지어주고 싶다.




이선생! 저 곤충이 오늘 새로 발견한 아직 이름 없는 종이라면, 너는 어떤 이름을 붙여주고 싶니?




#이선생 이야기


37년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저 아이.


나도 하나밖에 없는 이름을 저 아이는 여러 개나 가지고 있다니,


그게 무슨 뜻을 가졌는지보다, 그가 여러 개의 이름으로 불린다는 사실에


질투가 난다.



개똥벌레면 어떠냐?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친근하게 품는 너의 배려가 느껴지는데.


반딧불이면 어떠냐?


너는 너의 이름만으로 너만의 것을 알려줄 수 있는데.



어둠 속에서 찬란해지고


밝은 곳에서는 초라해지는 너의 삶이


꼭 네 이름들 같다.



이름값은 정해진 게 아니다.


본인이 하는 만큼 이름값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



그래서 난 개똥벌레인 네 이름이 따뜻해서 좋고,


반딧불이인 네 이름이 근사해서 좋다.



만약, 나에게 네 이름을 새로 짓는 영광이 주어진다면,


난 너를 이렇게 부를 것이다.



‘친구’



친구란 말에는 따뜻함도, 근사함도 모두 다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