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정북토성에서
나는 보이는 나보다 보이지 않는 나가 더 많다
토성은 흙 둔덕과 풀, 나무만 보이는데
오랜 시간 떠오른 아침해, 수확하고 다듬던 수많은 손길,
많은 사람들의 탄생과 죽음을 품고 있다.
그냥 오랜 땅이니 개미의 집과 별 다를 게 없다고
그랬었는데, 토성은
그렇게 남았고, 나도 이렇게 남아있다.
가을바람이 불어 하늘이 살아있는 그곳.
나는 토성의 옛사람이 된다
토성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