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정북토성에서
나는 보이는 나보다 보이지 않는 나가 더 많다
토성은 흙 둔덕과 풀, 나무만 보이는데
오랜 시간 떠오른 아침해, 수확하고 다듬던 수많은 손길,
많은 사람들의 탄생과 죽음을 품고 있다.
그냥 오랜 땅이니 개미의 집과 별 다를 게 없다고
그랬었는데, 토성은
그렇게 남았고, 나도 이렇게 남아있다.
가을바람이 불어 하늘이 살아있는 그곳.
나는 토성의 옛사람이 된다
토성이 된다.
산책 중인 운동화에, 두드리거나 그저 눌러본 키보드에, 펼치는 중인 책장 같은 곳에서. 세상을 보는 창문 수집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