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의 글빵연구소 숙제 1-피드백 후 퇴고
작년부터 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갔는데 황송하게도 강사님은 온 마음을 다해 지도해 주셨다. 시집을 낸 시나리오 작가님이신데 생업은 따로 있으셨고, 틈 날 때마다 강의와 글쓰기를 하신단다. 1년간 지켜본 결과 그분은 본인의 작품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뿐 아니라 우리 수강생들의 마음도 먹여 살리려고 하셨다. 우리에게 모습 그대로를 아는 게 중요하고, 충분히 그걸 발견할 수 있다고 마음으로 말해주셨는데, 그렇게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표현하시는 모습이 다른 세계에서 온 선물 같았다. 예술가의 세계에서 생활인의 세계로 넘어오는 선물.
선생님께서 가져오시는 선물의 섬세함은 놀라웠고 때로는 연기도 하셨나 싶을 정도로 극적이었다. 어느 날 숙제를 읽던 시간이 생각난다. 숙제 내용은 생의 아픔에 대한 거였는데, 이에 질문하는 선생님의 표정이 이상했다. 목이 메인 것 같았고, 어딘가 진짜 아픈 것 같더니 갑자기 창백해지셨다. 얼핏 보니 그 숙제를 한 글쓴이는 담담했다. 반면 선생님은 번개에 맞은 듯 보였다. 번개 맞은 선생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문장 너머에 꼬깃꼬깃하게 쪼그려있는 글쓴이의 마음을 반듯하게 펼쳐서 보여주셨다. 이게 얼마나 귀한 건지 장시간 설명해 주셨다. 다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그 태도, 고귀한 그 무언가를 대하시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나는 누군가의 한 조각 마음에 대해 그렇게 고귀한 한 생명처럼 경배한 적 있던가. 선생님의 수업을 받으면서 그간 외롭게 던져져 있던 나만의 시간 조각, 잘못 해석했던 종교의 조각, 사라지는 기술 사용자로서 살아남기 위해 아우성치는 조각을 발굴했다. 그 오래되고 녹슨 조각이 예쁘게 닦였고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같이 수업 듣는 분들 모두 그런 조각이 있었고, 나중엔 그 조각의 주름살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우리는 그렇게 풀어졌고, 흘렀고, 옅어졌고, 부드러워졌다. 수업 내에서 서로 주파수를 맞추고 자연스럽게 존재로서 바라보는,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전에는 제대로 주파수를 맞추는 방법을 몰랐다. 내 안에선 너무 높은음과 너무 낮은음들이 연결되지 못한 채 분해되어 있었고, 어떤 음들은 희미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고 차이가 많이 나는 음 뭉치들은 한 악기에서 나는 주파수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내가 어떤 소리를 내는 사람인지, 어떤 주파수로 움직이는지 이제 알아가는 길을 떠난다. 그 길엔 냄새나는 녹슨 구석에서 쪼그려있는 수다쟁이가 숨어있는데, 나와 만나면 오래 기다렸다며 잔소리를 늘어놓을 거다. 수다쟁이의 잔소리를 막을 첫 선물을 생각해 봤다. 'I want you just the way you are.' 빌리 조엘의 노래를 함께 부르면 딱 좋을 거다. 기다려라. 수다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