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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죠쌤 Jan 27. 2023

지방직 공무원, 난 이런 점들이 좋다

죠쌤의 지방공무원 일상

10년 정도 근무해보니 솔직히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이 보이지만그래도 확실한 장점들이 존재하기에 정리해보려고 한다공시생이나 공직자의 길을 고민 중인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1. 안정감     


매년 혜택이 줄어들고는 있지만그래도 정년 보장과 연금은 다른 직업에서 얻기 힘든 장점에 속한다나와 같이 평범한 서민들에게 빈곤한 노년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취직/이직 스트레스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엄청난 장점이다더 이상 취직이나 이직 걱정은 안 해도 된다국가가 파산하지 않는 한 짤릴 리 없고적은 액수나마 죽을 때까지 입금될 테니까대체로 사기업에 다니다가 늦은 나이에 공직자가 된 동료들이이 장점에 대해 엄청난 만족감을 느낀다스트레스로 심하게 고통받은 만큼 반대급부로 이에 대한 만족감이 큰 셈이다이러한 안정감은 경제적인 측면보다 심리적인 측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돈 좀 적게 벌어도 좋으니 경쟁과 실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것 자체로 행복할 수 있다그만큼 사기업에서는 <미생뺨치는 적자생존이 판을 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행정업무를 하다 보면 수많은 종류의 소상공인들을 민원인으로 응대하게 되는데 요즘같이 경기가 어려울 때면 당장 내일 먹고 살 일을 걱정하는 그들의 절박함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면서 이 직장에 감사한 마음도 생긴다     


심리적인 안정감은 더 나은 삶을 위한 토대가 된다심리적으로 늘 쫓기는 사람은 시간이나 돈이 생겨도 엉뚱한 곳에 쓰는 경우가 많다그러나 안정감을 가지고 있으면남는 시간을 좀 더 건강하게 활용할 수 있다주변 공무원들을 보면비록 살림은 빠듯해도 자기 계발자녀 양육취미 활동 등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것 같다     


물론모든 특징은 양면성이 있다심리적 안정감이 지나치면 매너리즘에 이르게 되고실제로 과한 안정감이 공무원의 단점이기도 하다게으르게 시간만 때우는 식으로 일하는 공무원들도 실존하니까.     


2. 동료애   

   

남는 건 사람밖에 없다계획서를 수천 번 작성하고민원 서류를 수만 통을 뗀들 퇴직할 때 뭐가 기억나겠는가정년퇴직까지 남는 건 사람뿐이다마지막 출근을 한 선배를 향해 동료와 후배들이 모여 진심을 담아 기립박수를 치는 퇴임식 현장에 있으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지방직 공무원들은 대체로 사이가 좋다그 이유는 앞서 말했던 장점과 연관이 깊다비록 승진 경쟁이 있기는 하지만사기업에 비해 경쟁이 훨씬 약하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바탕으로 같은 기관에서 반평생 근속을 하다 보니 서로 친해질 수밖에 없다게다가 각종 동호회나 소모임들이 활성화되어 가족과 같은 관계가 많이 형성된다(실제로 부부 공무원이 되어 가족의 연을 맺는 경우도 많다).     


공무원들 중에는 괜찮은 사람들이 참 많다성격파탄자가 적다는 뜻인데 만약 사이코패스라면 공시에 합격했더라도 지루한 행정 업무나 반복적인 민원 업무를 단 며칠도 버틸 수 없을 거다고위직 공무원이면 모를까연공 서열 순으로 승진하는 7/9급 출신 공무원들 사이에는 출세욕에 불타는 인물도 거의 없다대부분 무난한 가정 출신에 무난한 성격이다적당히 똑똑하고 적당히 착한 사람들이다그래서 비슷비슷한 처지의 동료들과 친해지는 재미가 쏠쏠하다동료들과 가깝게 지내면 경조사 때에도 큰 힘이 되기도 한다개인주의가 심화되는 이 시대에서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다물론뼛속까지 개인주의자인 사람에게는 그 동료애조차도 단점으로 보일 것이다. ‘직장은 일만 하는 곳이지왜 굳이 동료들과 그렇게까지 친하게 지내야 하지?’     


만약, 10~20대를 벼랑 끝에서 홀로 세상과 싸우는 심정으로 사느라 질려버렸다면그래서 이제는 이웃사촌들 같은 동료들과 좀 푸근하게 살고 싶다면지방직 공무원도 추천할만한 선택지다(물론, ‘공시라는 적과 한 번 더 싸워서 이겨야 하지만).     

 

3. 정보력      


이런 게 있었네나도 알았으면 신청했을 텐데...’     


누구나 정책에 관한 정보를 검색하면서 이런 경험을 한 번 쯤 한다가장 먼저 정책에 관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정보를 얻는 사람이 누구일까바로 지방직 공무원들이다정보가 곧 힘이고 돈인 사회에서 이것도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나도 작년에 이런 혜택을 맛보았다내가 속한 지자체에서 신생 복지 사업이 생겼는데 학원비/시험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이었다우연히 온라인 공문 처리하다가 이 사업을 발견하였고운 좋게도 아직 신청 마감이 며칠 남아있었다얼른 자격증을 취득하느라 들었던 시험비를 신청했고몇만 원을 지원받았다아무래도 공무원들은 이런 생활밀착형 정보와 서비스를 먼저 접할 수 있다     


사실지자체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에 대해 열심히 홍보해도 늘 몰라서 신청 못하는 사례는 빈번하다행정복지센터 방문하는 할머니들 단골 멘트는 이거다     


싫어서 안 타먹는 게 아니라몰라서 못 타먹는겨.”      


그러니 주변에 지방직 공무원 지인이 있다면 친하게 지내면 좋다(민원 서류 대신 좀 떼 달라는 부탁은 자제하자ㅎㅎ).      


크게 3가지 장점을 정리했지만이 외에도 직장이 가까워서 좋다’,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등 장점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눈만 뜨면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지방직 공무원의 인기는 점점 떨어지겠지만정부가 존재하는 한 공무원은 존재할 테니 어쩌면 공무원은 가장 장수할 직업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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