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터황 Mar 18. 2019

근사한 데이트를 하기는 참 어렵다

실패한 데이트의 기억




모처럼 서울에 나갈 일이 생겼다.

별로 친하지 않은 지인이었지만 우리 결혼식에 와준 친구들이다. 

초대장을 받았으면 가는 게 예의범절이 아니겠는가.
어차피 나가는 김에 즐거운 서울 나들이 거리를 생각해보았지만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내내 생각해보았지만 근사하고 알찬 데이트는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누군가가 그랬다? 생각나는 것이 없으면 직감에 맡겨보라고.
지도 앱을 켜 주변을 탐색해보자 가장 가까운 곳에 뚝섬공원이 있었다.


그래 뚝섬공원!
예상외로 속도감이 있던 오리배
오리배를 탄 후 끓여먹던 라면.
자벌레라고 하는 시설에서 실시하던 미술 전시회.

강가에 모여 치맥을 뜯던 사람들을 구경하던 추억까지.

나름 재미난 데이트의 추억이 있던 곳이었다.


좋아 가보자!

그렇게 해서 도착한 뚝섬 공원은 이전에 내 기억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이렇게 한산할 수가.

삼삼오오 모여 치킨을 뜯던 사람들과

라면 물을 받으려고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던 여름과는 너무 다른 이른 봄의 뚝섬공원.


이렇게 한산한 곳이었다니


하지만 이렇게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꿋꿋이 오리배 대여장으로 향했건만 칼처럼 불어오는 강바람에 오리배는 포기해야 했다.


결국 아쉬운 대로  끓인 라면 한 그릇으로 추억을 곱씹고 돌아와야 했다.


그래도 라면은 맛있더라.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근사한 데이트를 위한 도전은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어제 서울 다녀오느라 힘들었으니 이번에는  근교 데이트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작년에 우연히 알게 된 경양식집을 겸하는 작은 카페가 있었다.

시골길에 굉장히 뜬금없이 자리한 카페였는데

직접 만드신 두 가지 잼과 같이 나오는 식전 빵에
직접 만드신 뱅쇼
땅콩 소스를 베이스로 한 돈가스와
가격 대비 높은 퀄리티에 파스타가 일품인 곳이었다.


그 흔한 블로그 광고도 없어서 돈 많은 집주인께서 취미 삼아 운영하는 가게가 아닌가 하고 와이프와 쑥덕거렸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도 훌륭한 퀄리티에 음식들 꼭 다른곳에서 음식점을 하고 계셨으면..


그런데..... 이게 웬일

도착해보니 가게 분위기가 뭔가 바뀌어 있었다.

분명히 남자 사장님이었는데 여자분으로 바뀌어 있었고 식전 빵과 뱅쇼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역시나 음식은 완전히 바뀌어있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역시 사장님이 바뀌었다고 했다.


돈 많은 집주인의 취미생활은 우리의 착각이었던 것인가?
망해서 나가신 게 아니라 꼭 잘돼서 더 좋은 곳으로 옮긴 신 것이기를.....


근사한 데이트를 하기는 참 어려웠다.

이번 주말 데이트는 두 번 연속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결혼 전과 후가 달라진 것은 실패한 데이트에 대한 실망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데이트 계획을 짠 사람이 속으로 미안함을 느낀다던가 했을 법도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데이트는 실패했어도 

우리 부부가 함께할 나날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생기는 여유가 아닐까?


언제가 근사한 데이트에 대해 써볼 날을 기대해 본다. 

아주 가까운 시일이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일하느라 화장실을 못간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