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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승 May 26. 2020

"토의가 좋을까,토론이 좋을까?" 아니, 질문이 틀렸다

토의와 토론의 공통점과 차이점

현장에서 학교 선생님들이나 기업 임직원 분들을 만나다 보면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토론 수업이 경쟁심을 조장하여 학생의 인격 형성에 독이 된다, 라는 몇몇 선생님들도 계시고, 토론 수업이 학생의 역량을 키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시는 일부 선생님들도 계신다.


기업으로 가면 더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난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직급이 높은 분들 사이에서 토론은 우리나라 조직문화에 맞지 않고 오히려 내부적으로 부작용이 크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신입 및 주니어 사원들은 토의 방식의 느슨한 회의는 전혀 효과적이지 못하며, 이를 탈피해 건설적인 의견과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토론 방식의 회의를 갈망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물론 직급이 높은 분들 사이에서도 소위 계급장을 떼고 토론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도 팀원들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분도 계신다.)


저마다의 환경과 여러 경험들로 인해 토론은 나쁜 것이고, 토의는 좋은 것이다, 거나 그 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두 입장 모두 왜 그런지 충분히 이해를 한다. 그러나 이는 토의와 토론에 대해, 그리고 이 둘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둘은 서로 대립 관계가 아닌 협력과 보완의 관계이다. 그리고 둘 간의 관계에 관해 올바로 이해할 때 토의와 토론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하나하나씩 살펴보자.


토의


토론과 가장 많이 혼용하는 단어이다. 토론이라는 단어 대신 자주 사용하지만 엄연히 다른 목적과 방식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두 단어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면 토론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먼저 두 활동 간의 공통점을 보자. 토론과 토의 모두 집단으로 행해지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글쓰기나 TV 시청과는 다르게 혼자서는 토론이나 토의를 할 수 없다. 최소 나를 제외한 한 명의 상대방이 있어야 하고 대개 4명 이상의 집단으로 토론, 토의 활동을 하게 된다.


동시에 두 활동 모두 말로 하는 것이라는 특징이 있다. 글쓰기나 TV 시청 등은 말을 하지 않고서도 가능한 활동이지만 토론과 토의는 입으로 하는 말을 통해 진행된다. 즉, 말을 매개로 하는 의사결정 수단이라는 데서 공통점을 보인다.


또한, 토론과 토의는 둘 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세부 방식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지만 특정 문제를 해결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형식을 갖춘 토론’이라고 풀어쓸 수 있는 토론 혹은 디베이트는 토론 준비 과정에서, 그리고 토론이 끝난 후에 토의를 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토론은 어떤 점에서 토의와 다를까? 먼저 사전적 정의를 통해 토론과 토의의 차이점을 알아보자.


토론: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러 사람이 각각 의견을 말하며 논의함.
토의: 어떤 문제에 대하여 검토하고 협의함.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이 정의를 풀어보면 토의(discussion)는 어떤 문제에 대하여 각자의 의견을 내놓고 협의하여 의견의 일치나 결정을 하는 활동인 반면, 토론(debate)은 어떤 문제에 대하여 각자의 의견을 내세워 그것의 정당함을 논하되, 의견의 일치나 결정은 하지 않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으로는 토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일종의 나눔의 과정이고, 토론은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생각을 바꾸려고 하는 설득의 과정이라는 점이다. 


토의와 토론의 차이점을 다음 표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위 표를 정리하면, 토론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쟁점을 형성하며 서로를 설득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대립의 성격이 강한 말하기이고, 토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조율하는 협동의 성격이 강한 말하기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혹자는 토의는 좋고 토론은 나쁜 것이다, 라거나 그 역으로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흑백 사고의 오류'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토론과 토의는 둘 중에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목적과 상황에 따라 토론을 할지, 토의를 할지 정하는 것이다. 둘 간의 성격과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학교 수업, 사내 회의, 동아리 활동 등에서 목적에 맞게 토의와 토론을 잘 혼합하여 사용해야 한다.


또한, 토론은 팀원 간 준비, 사전 회의 등 토의 과정을 포함한다. 반대로 토의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토론이 되기도 한다. 엄격한 형식의 아카데미식 토론(경쟁 토론)을 제외하고 실제 현실에서는 의견을 나누기 위한 '토의 모드'와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토론 모드' 사이를 오간다.


이처럼 좋은 토론자가 되기 위해서는 토론과 토의는 정의와 특징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이 둘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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