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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승 Mar 03. 2022

첫 번째 대선 토론 후보별 토론 평가(1) 이재명 후보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잘 풀어가나 맥락과 설명 제공이 아쉬운 토론자


이제 20대 대통령 선거까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두 번의 방송사 TV 토론과 세 번의 법정 TV 토론도 막을 내렸다.

어느 후보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대선 판세에서 토론 일정도 뒤로 밀리다 보니 대선토론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기도 했다. 이를 방증하듯 2월 3일 밤 열린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4자 TV 토론의 합계 시청률이 무려 39%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글을 시작으로 대선을 앞두고 열린 후보 간 4자 토론을, 정치적인 평가를 떠나서 토론의 기술적 측면에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정치 평론가가 아닌 토론자의 관점에서 의견을 낸 것으로, 후보자가 취한 태도나 전략이 토론자로서 바람직하지 않지만 후보자에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는 발언이나 태도임을 보여주는 평은 되도록 제외하려고 했다. 또한, 토론에 관심 없는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토론자의 전략 등 자칫 복잡할 수도 있는 분석은 제외하였다. (이에 대한 내용은 추후 여러 글에 걸쳐 다룰 예정이다.)


'대선토론 분석 시리즈'의 첫 번째 편에서는 올해 2월 처음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을 살펴보고 각 후보자가 보여준 토론의 강점과 개선할 점을 살펴볼 것이다. 

먼저 이번 토론의 규칙을 살펴보자. 이전 글에서 다룬 것처럼 토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있으면 토론을 더 쉽게, 흥미롭게 관전할 수 있다.


첫 번째 대선토론 방식


참여 인원: 4인, 1:1:1:1 토론 진행.

※ 이번 토론 전에 진행하기로 했던 양자토론에 비해 후보별 전략적 선택지가 훨씬 더 많아진다.
같은 쟁점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고수하는 경우도 있고, 이번 토론 초반부처럼 3대 1로 공격을 받는 경우도 볼 수 있다.


30초 스피치: 토론 시작과 끝에 후보들은 30초씩 모두 발언과 마무리 발언 진행. 

※ 사전에 준비한 내용을 바탕으로 발언하는 시간으로 후보자별 전략에 맞는 메시지 구성과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


사회자 공통질문: 토론 중간에 사회자가 2번에 걸쳐 공통 질문 제시. 각 후보는 30초씩 답변. 

※ 30초라는 짧은 제한 시간을 고려하면 핵심(또는 결론)부터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모두/마무리 발언에도 적용된다.


주제 토론:  '총량제' 적용. 후보 1인당 질문과 답변을 합쳐 총 5분 발언.
주제는 '부동산'과 '외교·안보'였으며 각각 총 20분씩 주제토론을 진행함.


주도권 토론: 후보당 7분씩 주도권을 갖고 토론을 진행.
주제는 '자유 주제'와 '일자리·성장'이었으며 총 28분씩의 주도권 토론 진행.
주도권을 가진 후보는 최소 2명의 상대 후보에게 질문해야 하는 규칙을 둠.


그럼 지금부터 첫 번째 대선토론에서 각 후보가 보여준 강점과 약점을 후보자 기호 순으로 살펴보자.



기호 1번 이재명 후보


이재명 후보 토론에서 좋았던 점은?


1) 토론 중 계속해서 자신의 프레임을 구축하려고 한 점
이재명 후보는 '민생과 경제를 챙길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라는 일종의 슬로건을 내세워 토론에 임했는데 이를 토론 중 계속 반복한 점이 좋았다. (이 프레임이 옳은 전략인지는 논외로 하고) 토론에서 자신의 핵심 논지를 청중에게 계속해서 전달하는 일이 중요하다. 수많은 내용이 오가는 토론에서 자신의 입장을 한 문장으로 강조해줘야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구축하고 이를 청중이 기억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2) 간결하고 명확하게 말을 전달하려고 함

달변가로 알려진 이후보에게 두드러지는 특징이기도 하다.

토론에서 부동산 관련 공통 질문으로 "취임 후 가장 먼저 손 볼 부동산 정책 1가지는?"이라는 질문에 대해 이후보는 "대대적인 공급 확대"라고 간결하게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같은 질문에 답한 일부 후보의 발언을 들어보면 이후보의 메시지가 더 명확하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말을 장황하게 하지 않고 핵심 메시지를 먼저 제시하고 부연 설명을 이어나가기 때문이다.

또한, 부동산 정책에 대한 토론 중에 “핵심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해주는 것인데요.”라면서 중간에 자기 말의 요점을 정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3) 논리적 신호를 잘 사용하며 구조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함

이후보의 토론을 보면 발언 중에 "첫 째는, 둘 째는"과 같은 식으로 논리적 신호를 꾸준히 효과적으로 사용하였다. 안후보에게 질문을 할 때도 "미래 산업으로, 재생 에너지로, 디지털 전환으로 가야 하는데 그 핵심으로 첫 째 인프라 구축, 둘째 교육 혁신, 셋째 기초 과학, 첨단 과학 기술 투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식으로 구조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서도 나의 논지를 청중에게 더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단,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 측의 핵심 논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 구조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4) 1차 주도권 토론에서 서론을 효과적으로 구성함

이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세상을 하직하고 있습니다. 방역 책임을 소상공인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라며 서두를 구성 하였다. 단순히 자신의 주장을 펴는 것과 대조적으로 청중의 감정을 건드리는 식의 주장을 편 것이다. 토론에서는 논리만큼 중요한 것이 감정이기도 하다. 청중은 단순히 논리만으로 설득되지 않으며, 이해를 넘어서 나에게 공감하게 하려면 감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추가적으로, 실제 토론에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때 맥락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서두를 먼저 제시하는 것이 좋다. 단순히 청중에게 오늘 어떤 말을 전할 것인지 간략하게 안내해줘도 좋지만, 토론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려면 청중의 감정을 건드리는 스토리,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건, 통계 등을 짜임새 있게 제시하여 내 핵심 논지를 뒷받침해주는 맥락을 만들어야 한다.



이재명 후보 토론에서 아쉬웠던 점은?


1) 첫 번째 주제 토론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프레임을 바꾸지 못한 점 

첫 번째 주제 토론은 '부동산' 주제로 진행되었는데 토론 내내 대장동 이슈 중심으로 토론이 전개되었다.

해당 이슈가 방어하기 어려운 워낙 큰 이슈인 점도 있겠지만, 프레임 싸움에서 패한 더 큰 이유는 이후보가 토론 초반부를 풀어간 방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각 후보자는 초반부에 주제 토론의 방향성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한데 자신에게 중요한 쟁점으로 토론을 끌어가는 데 시간을 거의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윤후보는 첫 번째 주제 토론의 초반부터 자신에게 유리한 쟁점을 계속 부각하여 적어도 첫 번째 주제 토론에서만큼은 윤후보가 우위를 점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장동 이슈 관련하여 향후에는 후보자 3명이 이후보를 공격하는 3:1 토론으로 전개된 것만 봐도 그렇다.

(1:1:1:1 토론이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양상으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2) 일부 답변에 설명이 부족함

하나의 예로 윤후보가 이런 질문을 한다.

“재벌해체에 목숨을 건다고 했는데, 맞는지요?”

이에 대해 이후보는 “재벌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 체제를 해체한다고 했습니다.”라는 식으로 답변을 한다. 그런데 이후에 '재벌 체제'가 무엇인지, 자신의 정확한 입장이 무엇인지 추가 설명이 없던 점이 아쉬웠다. 

물론 자신에게 불리한 이슈라 추가 답변을 피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추후 토론에서도 다른 후보자가 계속 제기하는 문제임을 고려하면 보다 정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자신에게 불리한 프레임은 피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그럼에도 피해지지 않는 경우에는 해당 이슈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정공법을 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3) 주요 용어나 개념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하지 않음

말이 구조적이고 짜임새가 있으나 종종 청중(유권자)에게 불친절한 방식으로 자신의 논지를 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아는 것을 강조하여 토론자의 권위와 전문성을 강조하여 설득력을 높이는 것도 효과적이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나의 핵심 논거나 정책 목표로 연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후보가 윤후보에게 다음 질문을 한다.

"EU 택소노미 원자력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해결할 예정이십니까? 어떻게 원전 문제를 대응할 예정이십니까?"

그러자 윤후보는 프랑스 수입 등 질문과는 다른 내용을 말하면서 얼버무리다가 결국 'EU 택소노미'를 모른다고 인정한다.


언뜻 보면 이후보가 토론을 잘 끌어나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체 토론을 놓고 보면 보너스 점수를 얻은 정도라고 할까. 이를 활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쟁점으로 토론을 끌어나가려면, 우선 EU 택소노미가 무엇인지 설명해야 청중에게 자신의 논지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이를테면, EU 택소노미의 정의를 제시하고, 이것이 왜 중요한지, 왜 대통령으로서 이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는지 설명해줘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이러한 변화에 준비된 적임자라는 것을 강조해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아무리 자신에게 당연하다 할지라도 청중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자신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줘야 하는 이유이다.


또 다른 예시를 보자.


이후보가 윤후보에게 "원전을 어디에 지을지,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윤후보는 이에 대해 "폐기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후보는 다시 "화석 연료와 재생 에너지 발전 단가가 역전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대부분 청중은 에너지 발전 단가가 어떻게 역전될 것인지 과정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후보의 주장에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짧게라도 추가 설명을 해주고, 이러한 추세에 비춰 타 후보의 정책보다 자신의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결론을 내줘야 한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첫 번째 토론에서 나온 내용과 기호 순서에 따라 먼저 이재명 후보의 강점과 개선할 점을 살펴보았다. 이번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보여준 토론 발언을 분석하면, 핵심 논지를 정리하여 구조적으로 전달하는 데 뛰어난 역량을 보였으나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충분한 맥락과 설명을 제공하는 과정이 더 필요해 보인다. 


다음 글에서는 기호 2번 윤석열 후보의 토론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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