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비 Jul 08. 2022

글을 좋아하는 이유

인스타를 떠나 글을 쓰다

2015년, 25살의 나는 해외에서 첫 직장 생활을 하며 내가 꿈꾸던 삶을 살게 되었다. 눈만 뜨면 그림 같은 유럽 풍경이 펼쳐져 있었고, 주말이면 쇼핑을 하고 좋은 레스토랑에 가거나 혹은 다른 유럽 국가로 여행을 하곤 했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이 점점 익숙해지자 즐거움도 희미해졌다. 회사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점점 늘어났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향수병을 앓기도 했다.



이때, 한국에 있는 친구들의 소식을 알기 위해 본격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친구들의 근황을 구경하고 나 역시 내 소식을 알려주기 위해 회사 생활이나 요리한 음식 사진 등 내 일상 피드를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인스타그램이 주는 재미와 자극은 굉장했다. 연예인처럼 예뻐진 친구들, 각종 고시에 합격한 친구들, 유명한 파티나 패션쇼에 참석해서 셀럽들과 친분을 과시하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감탄했다.



하지만 아무리 비교를 하지 않으려 해도 직접적인 사진을 통한 시각작 자극은 꽤 컸다. 휴식과 재미를 위해 시작했지만, 점점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나는 점점 조바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당시 내 삶은 화려한 유럽 라이프를 즐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사실은 생리불순을 겪을 정도로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평일 대부분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퇴근해서 비교적 저렴한 집 앞 중국식당에서 저녁거리를 사 와 대충 저녁을 때웠다. 그리고 유튜브로 한국 예능을 보는 것이 유일한 휴식이었다. 가끔 일찍 퇴근하는 날은 다운타운에서 소비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당시의 나는 허무한 마음을 소비로 채우는 말 그대로 쇼핑중독 상태였다. 나는 이 무한반복 속에서 느끼는 초라한 감정을 숨기기 위해 쇼핑 사진, 여행 사진, 고급 레스토랑 방문 사진들을 더욱 열심히 올렸다. 이때부터 내게 인스타는 더 이상 쉼이 아니었다. 일상을 공유하며 소통하던 공간에서 자기 연민과 열등감 자기 위로 식 우월감으로 덮으며 스스로를 속이는 공간으로 전락해버렸다. 



독일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한국에 귀국한 후에도 나는 여전히 열심히 인스타를 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며 내 삶은 행복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타인에게 증명하고 인정받아야 했다. 그러던 중 2020년 나는 진로에 대한 고민을 끝내고 통역사가 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통번역대학원 입시에 도전하게 되었다. 통대 입시는 상당한 준비기간과 집중이 요구되기에 나는 1년 동안 내 생각을 분산시키는 것들로부터 잠시 거리를 두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이들과의 만남과 취미생활도 잠시 자제했다. 당연히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소셜 미디어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계정을 비활성화하며 잠시 인스타와 작별했다. 그렇게 2020년 1년은 오롯이 오프라인의 삶에만 집중했던 한 해였다. 동시에 내게 놀라움을 선사했던 한 해였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닌, 나의 꿈과 목표에 집중하는 삶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깨달았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인스타에 쏟았던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얻은 것은 각종 필터를 씌워 보정된 사진뿐이다. 물론 인스타는 소중한 기억을 담은 사진을 기록으로 남기며 타인과 소통하게 해주는 순기능도 있다. 내가 자제력이 있어서 그런 순기능의 혜택만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자제력면에서 굉장히 연약한 인간이기에 오히려 시간낭비와 타인과의 비교라는 역기능의 최대 피해자일 뿐이었다. 이후 시간적 여유가 생겼지만 인스타그램에 대한 미련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아무런 아쉬움도 없이, 오히려 분명한 확신을 갖고 계정을 아예 삭제해버렸다.



물론 지금은 다시 인스타 계정이 있다. 인스타를 사용하는 지인들이 많아 가끔 정보를 얻거나 비공개 계정으로 남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보관하는 용도로 쓴다. 그렇지만 다시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드러내며 인스타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최근 다시 소통에 대한 갈증이 서서히 올라왔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건강한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생각해낸 것이 '글쓰기'다. 그리고 글로 나를 드러내고 타인과 소통하기에는 브런치가 최적의 선택지였다.



나는 글이 좋다. 내 모든 경험이 한 편의 글이 되기 위해서는 나는 그 순간을 살아야 한다. 매 순간을 집중하여 포착해 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오롯이 살아낸 순간순간이 모여 내 삶을 다채롭게 해 준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를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은 또 다른 것이다. 내가 겪은 경험이 다른 이에게는 그 사람의 고유한 방식으로 이해되는 또 다른 경험으로 재창조될 수 있다. 나는 이것이 단편적 이미지가 아닌 '글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순간에 대한 집중, 그리고 이를 글로 표현해 내는 과정이 내게 즐거움과 새로운 시작을 위한 휴식과 충전의 시간을 선사한다.



가령 누군가와 함께 커피 한잔을 마실 때 조차도 오롯이 그 순간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과거의 나는 그 사람을, 마시고 있는 커피의 향을, 그 순간을 오롯이 누리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이제야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이 얼마나 가슴 떨리는 일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때때로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여기에 내 마음도 있을까?"



이것이 내가 바라는 바다. 아주 간절히.

내가 지금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든 말이다.



"지금 여기에 내 마음도 있기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