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비 Apr 21. 2023

미국에서도 교회언니가 되었다

학생들을 위한 파니니와 남편과의 데이트

어제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오늘은 아침 10시가 넘어 눈을 떴다.

내가 쿨쿨 자는 동안 재택근무 하는 남편은 바나나 하나로 대충 끼니를 때운 후 줌 미팅을 이미 마친 후였다.


일어나자마자 오늘은 분주하게 샌드위치를 만들 준비를 한다.

오늘은 교회 학생들과 캠퍼스에서 성경공부 모임이 있는 날이라 함께 먹을 점심을 가져가려 한다.


어제 미리 사놓은 시금치를 이용해 시금치 토마토 파니니를 만들기로 했다.


어제 구입한 Spinach

싱그러운 초록 채소를 보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남편과 내가 먹을 것도 셈에 넣으면 파니니를 6개는 만들어야 했다.

파니니 그릴을 열심히 꾹꾹 눌러 모두 완성했다.



재택근무하는 남편을 위한 파니니를 먼저 접시에 담아놓는다.

남편은 피자빵 맛이 난다며 맛있다고 했다. 파니니 보고 피자빵이라니 웃음이 나왔지만, 어쩐지 맞는 말 같기도 했다.




시간이 없어 트레인 대신 우버를 타고 학생들이 다니는 보스턴컬리지로 향했다.

바람이 약간 차긴 했지만 햇살이 너무 좋아 가는 길에 남편에게 카톡으로 데이트를 신청했다.

오늘은 남편과 함께 밖을 거닐다가 저녁을 먹고 싶은 그런 날이다.




드디어 보스턴컬리지에 도착해서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는 다이닝홀로 향한다.

코리안 아메리칸인 다니엘라, 중국에서 온 유학생인 리디아 두 명이 항상 성경공부에 참석하고 있다.


오늘은 리디아가 클래스메이트인 또 다른 중국 유학생 유자를 데려왔다.

유자는 나도 대학생인 줄 알았다며 내가 결혼하고 심지어 임신한 30대라는 사실에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요즘엔 예의상 하는 말이라도 어려 보인다는 칭찬에 기분이 제일 좋아진다.)

그렇게 넷이서 성경공부를 하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한참을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눴다.

학생들은 성숙한 편이고 반대로 나는 정신연령이 그리 높진 않은 편이라(?) 서로 재미있게 잘 논다.


유자는 성경공부를 마친 후 나에게 educator(교육자) 같다며 나의 전공을 물어보았다.

교육학 전공은 아니지만 영어와 독일어를 꽤 오랫동안 가르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교회에서 학생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과 기독교 동아리 간사 생활을 오래 했던 영향이 더 큰 것 같다.

이전에도 직장 동료들과 대학원 동기들로부터 친화력이 좋고 무언가를 설명하고 가르치는 일을 잘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했다.


한 번도 교회에 다녀본 적이 없는 유자는 오늘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오늘 모임을 계기로 유자가 성경에 관심을 갖게 되어 기쁘면서도 학생들을 돕는 일에 더욱 보람을 느꼈다.


 

내가 가져온 파니니를 다들 맛있게 먹으며 레시피도 물어보았다.

여학생들이라 다들 요리에 관심이 많다.

다들 하도 잘 먹길래 나는 반쪽만 먹고 남은 파니니를 모두 싸주었다.




학생들과 헤어진 후 트레인을 타고 남편과의 약속이 있는 하버드스퀘어로 향한다.

 

30분가량 일찍 도착한 나는 종종 들르는 Harvard Bookstore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며 남편을 기다렸다.

중고책 코너의 요리책도 요리조리 둘러본다.

정신없이 책을 구경하는 사이 남편으로부터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오늘은 오랜만에 타이 음식을 먹고 싶어 보스턴에서 꽤 괜찮다는 평을 받는 'Nine Tastes'라는 타이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오늘은 다른 메뉴를 먹어보려 했으나 눈길을 끄는 메뉴가 없어 결국에는 늘 먹는 팟타이로 결정했다.

남편은 매콤한 바질 크리스피 치킨을 주문했다.


식사를 마친 후 하버드 캠퍼스 근처를 거닐고 싶었지만 임산부라 그런지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플랫 화이트 커피를 한잔씩 테이크아웃해서 다시 트레인을 타고 집을 향했다.


집에 와서 그대로 침대에서 실신했다. 원체 집순이에다가 임산부인 나로서는 오늘 점심부터 저녁까지 밖에서 시간을 보낸 것이 꽤 강행군이었나 보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마음이 풍요로웠던,

그래서 더욱 감사한 하루다.


체력을 위해 운동을 조금 한 후 잘 준비를 하려 한다.

(부디 9월 출산 후 산후회복이 조속히 이뤄지게 해 주세요!)


내일도 몸과 영혼을 살찌우는 하루가 되길.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둘 뿐인 이곳 그리고 삶의 쉼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