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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x Dec 31. 2023

축구선수가 꿈인 둘째

귀여운 애어른 에이든

작은 아이와 서울-제주를 거쳐 부모님이 계신 원주로 왔을때 참으로 걱정이 많았다. 첫째보다 테크기기에 대한 노출이 빨라서였는지 집에서 핸드폰이나 티비영상 시청을 주로 하고 뛰어 놀지 않아 통통히 살이 오른 아이가 참 걱정이 되었기때문이다. 분명 내가 일 하러 나가면 어찌 지낼지 아주 자연스럽게 비디오처럼 머리에 그려졌다.


2주마다 만나는 아주아주 바쁜 아빠와의(비꼬는건 아니지만 세상 제일 바쁘게 느껴지는) 스킨쉽은 턱없이 부족했고, 둘째녀석은 어떻게 가이드 해 주면 좋을지 전혀 감이 없었다.


“넌 앞으로 어떻게 생활 하고 싶어?” 내가 물으니,

당연히 아무런 생각이 없는 둘째.


아들은 도대체 어떻게 키워야 한단 말인가?

깊은 고민의 시간들에 나는 보통 기도와 묵상을 한다. 그러던 중 통통한 아이를 보다 툭 던진 말.

”운동을 좀 해 보는거 어때?“


남자는 스포츠지- 라고 어디서 들어서 던진말에

아이는 ”그래 좋아~“ 아주 쉽게 동의를 구했다.


축구, 농구, 수영 중 아이는 축구를 골랐다.


원주 어린이 축구를 검색하고 가장 큰 축구클럽을 찾았다. 그리고 일주일 두번씩 축구를 시작 했을 때가 1학년 마칠 무렵이었다.


두어달이 지나 12월이 되어 2학년 예비 축구 선수반인 주3회 수업을 등록하며 지금의 감독님을 만났다.


결론부터 말 하자면,

둘째아이에게 축구를 시킨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우선, 아이 스스로 흥미가 있으니 축구장 가는 시간을 즐거워 했다. 원래 잘 하던 친구들과 비교 하며 스스로가 축구에 재능이 없다고 말 했을때는 시간의 법칙에 대해 알려주었다.


스스로를 너무 쉽게 판단하고 포기하지 말라고 하며 너의 성장기는 옆에 친구와는 다른 시간이니 성실하게 매일을 마주해 보라고 응원해 주었더니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공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테크기기와는 멀어졌다. 그로 인한 순기능은 자연 다이어트가 되며 다시 잘생긴 둘째아이로 돌아온 것이었고, 편식도 줄었으며 하루루틴이 생겼다. 아이 생활에 기준이 생긴 것이다.


둘째로, 좋은스승을 만난다는 건 참 행운이다.

믿고 내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일단

입을 닫고 묵묵히 지켜보며 때로는 알맹이를 가지고 목적있게 소통하고 가정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을 되짚어 보곤 한다. 아이-선생님-부모, 삼박자가 맞아야 하니까.


우리 둘째녀석이 축구를 특출나게 잘 하지 못 하고 배움이 느려도 아이 앞에서는 입 밖에 내지 않고 오직 긍정의 언어만 뿌려준다. 그러다 자만하면 어쩌냐고? 아직은 건강한 자존감이 먼저 쌓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밖에서 크고 작은 파도를 만날터인데 집에서까지 구태여 파도를 일으킬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확실히 아들은 딸이랑 달랐다. 친구를 때리는 행동을 자기도 모르게 한다던가, 내 눈을 보고 뻔뻔스럽게 태연히 거짓말을 한디던가.. 아니다, 사실 이건 딸과 아들의 차이는 아니다.

그냥 둘째 아이가 좀 겁이 없고 속된 말로 간땡이가 쬐금 더 부은 것 뿐이다.


우리집에서는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대신 숙제랑 너 할일 다 했니? 하고 가끔 물어본다. 하지 않았다면 그 결과에 책임도 본인이 진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하기 싫은 해야하는 일도 반드시 성의껏 해야 함을 이야기 한다. 엄마인 내가 대신 살아 줄 수 없는 인생이고, 미루면 나중에 결국 더 페인풀하게 돌아옴을 알게 해 준 몇번의 사건 후로는 둘째도 우리집 규칙에 잘 따라 생활 해 주고 있다. 심지어 어느날은 말도 없이 일어나 7:30분에 가방메고 학교를 가서 한참을 찾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수학 단원평가를 보는 날이라 교실에서 책을 펴고 보고 있더라고 신기해

하시며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받았다. 혹시

내가 가정에서 학업에 대한 압박을 하는건 아닌가 의심하시는것 같아 억울했다.


누가 둘째는 가방만 메도 예쁘댔는데, 혼자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스스로 무얼 해 나가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나도 고슴도치 엄마라고 자식 자랑에 끝이 없..)



우리집에는 지켜야 하는 규칙이 민주적으로 잘 정해졌고 그 기준에 따르기에 아직은 큰 잡음이 없다. 그래도 선배맘들은 조언해 주기를 사춘기는 답이 없다고


간혹 규정이 너무 엄한가 스스로 의심이 되기도 할때는 아이들의 행복도를 체크 한다.


엄마의 딸, 아들로 태어나 행복하냐고 말이다. 물론 당연히 그렇다고는 하는데-

잘 먹고, 자고, 놀고 또 웃는 아이들을 보면 거짓은 아닌거 같다.


아들의 축구 이야기로 돌아와, 덕분에 전국 경기를 따라다니며 맛있는것도 먹고 여행도 한다. 좋은 부모친구들을 만나고 동지애도 느끼며 동행함이 참 즐겁다. 축구선수가 아니더라도 좋아서 노력해 본 것에 대한 쓰고 단맛을 아들녀석이 흠뻑 느껴보면 좋겠다. 이제 제법 아빠도 인정해주는 아들의 노력과 축구에 대한 열정에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호주에 함께 여행을 오니 또 새로운게 보인다. 편찮으신 할아버지를 탈의실에서 챙기고 안내하고, 누나에 대한 사랑이 넘치며, 이모랑 함께 노는게 좋고, 엄마품 할머니품 번갈아가며 아기짓하는 작고 소중한 우리집 귀염둥이가 보인다.

그래서 더 책임감있게 나도 아이들을 잘 키워보려 한다. 아무 조건없이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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