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달려, 미친놈아

열심히 사는데도 늘 제자리인 사람에게

by Late Realizations

며칠째 죽어라 글을 쓰고 있다.

연재를 하고, 일을 하고, 다른 사이드 잡도 알아보고, 투자도 건드린다.

생각은 계속 깊어지고, AI랑 대화까지 하며 정리도 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왜 막상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


분명 나는 가만히 있지 않다.

계속 움직이고 있고, 계속 생각하고 있고, 계속 쓰고 있다.

그런데 삶은 이상하게 제자리다.



사람들은 이런 상태를 두고 말한다.

아직 간절하지 않아서 그렇다거나,

실행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거나.


하지만 내 경우는 정반대였다.

나는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 멈춘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계속 쓰고, 반복하고, 다시 하고,

거의 밤을 새우듯 지냈다.

문제를 분석하고, 구조를 짜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았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과잉된 판단이었다.



곰곰이 돌아보면,

나는 ‘쉰다’고 생각한 시간이 거의 없었다.


유일하게 쉬는 시간은 잠을 잘 때뿐이었다.

그마저도 점점 줄어들었고, 그래서 늘 피곤했다.


쉬지 않는 이유는 단순했다.

쉬는 순간에도 머릿속에서 판단이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쉬어도 되나’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내일은 또 뭘 해야 하지’


몸은 멈춰 있어도,

머리는 계속 나를 평가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누군가의 말이 꽂혔다.


“너는 생각을 많이 해서 지친 게 아니라

판단을 멈춘 적이 없어서 지친 거야.”


그때 알았다.

생각과 판단은 다르다는 걸.


생각은 탐색이지만,

판단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나는 쉬는 시간마저도

끊임없이 나를 채점하고 있었다.


그래서 쉬어도 회복되지 않았고,

다시 시작할 때는 이미 지쳐 있었다.



완전히 내려놓는 건 아직도 잘 안 된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조절은 잘 안 된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건 아주 단순한 행동 하나다.

아무 판단도 하지 않는 상태로 달리는 것.

나 자신에게 허락한 백색노동.


러닝을 하러 간다.

그 순간만큼은

잘하고 있는지, 방향이 맞는지, 돈이 될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숨 쉬고, 땀 흘리고, 앞으로 나아간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딱 한 문장만 말해줄 수 있다면, 이 말이다.


더 달려, 미친놈아. 돈 벌어.


위로도 아니고, 조언도 아니다.

그냥 판단을 멈추고

한 번 더 움직이라는 말이다.



혹시 당신도

쉬고 있는데 더 피곤해지는 사람이라면,

오늘 하루 중 단 10분이라도

아무 판단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져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게 회복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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