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있는데, 나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연휴를 맞아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멀리 가지도 않았고,
계획을 많이 세우지도 않았다.
그저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진 곳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해야 할 일보다
오늘 무엇을 먹을지가 먼저 떠올랐고,
시간은
어디로 급히 데려가지 않았다.
그런 순간들이
생각보다 쉽게 사람을 풀어준다.
잠깐의 휴식은
몸보다 마음을 먼저 느슨하게 만든다.
괜히 웃음이 나고,
별일 아닌 풍경에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게 행복이라는 감정에
가장 가까운 상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안에서도 나는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머릿속 어딘가는
다음 걸음을 계산하고 있었다.
걷다가도,
커피를 마시다가도,
풍경을 보다가도
나는 나 자신을 놓치지 않았다.
완전히 쉬는 대신
속도를 줄인 채 달리고 있었다.
이제는 안다.
이건 불안이 아니라
내가 오래 살아온 방식이라는 걸.
멈추면 사라질 것 같아서가 아니라,
움직이는 상태가
나에게 가장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완벽한 쉼은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쉬면서도 나를 잃지 않았고,
달리면서도
조금은 부드러워질 수 있었으니까.
행복은
아무 생각 없이 멈추는 순간이 아니라,
계속 달리고 있는 나를
잠깐 내려놓고 바라볼 수 있을 때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연휴는 끝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나는 또 나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그 속도 위에
조금의 편안함이 얹혀 있다.
그 정도면
이번 여행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