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단어를 꺼낼 때
나는 늘 한 박자 늦어진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라,
어디까지 말해도 되는지
몸이 먼저 계산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가족은
사랑이라는 말로 묶기엔 너무 가깝고,
타인이라는 말로 부르기엔 너무 깊다.
그래서 나는
가족이라는 단어 앞에서
항상 정확한 문장을 찾지 못한 채
머뭇거린다.
어릴 때부터
가족은 나에게
지켜야 할 대상이기보다
넘어야 할 환경에 가까웠다.
도와주지 않았다는 뜻도 아니고,
불행했다는 말도 아니다.
그저
그 안에서 오래 머무를수록
나는 나 자신을 조정해야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는 밖으로 나왔다.
물리적으로도,
마음으로도.
환경이 바뀌면
나는 다시 적응했고,
다시 괜찮은 사람이 되었고,
다시 설명 없는 생활을 시작했다.
가족은 늘 뒤에 있었고,
나는 늘 앞을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앞이라 생각한 곳이 향하는 곳은
가장 밑바닥이었던 곳으로 향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건 미움도, 회피도 아니었다.
거리 조절에 가까웠다.
너무 가까우면
나 자신을 잃을 것 같았고,
너무 멀어지면
죄책감이 따라왔다.
그래서 나는
그 중간 어디쯤에서
가족을 두고 살아왔다.
나이가 들수록
가족에 대한 감정은
더 단순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복잡해진다.
이해는 늘어나지만,
설명은 더 어려워진다.
요즘 나는
가족을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대신
그 관계 안에서의 나를
조금 더 솔직하게 바라보려 한다.
가족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불편해지는 날도 있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지나가고 싶은 날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불편함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가족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계속 조정해야 하는 거리라는 생각이
조금씩 든다.
아마 나는
끝까지 가족을
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말을 아예 하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지는 않다.
이 글은
그 첫 번째 시도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