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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수 Apr 21. 2016

진보-보수 성향을 가르는 것

당신은 새로운 사실을 접할 때 얼마나 유연한가

과학적 사실, 정치적 견해, 혹은 다른 영역의 신념이 물음 앞에서 흔들릴 때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기존 생각을 위주로 방어적인 자세가 되곤 한다. 심지어 새로운 지식이 자신이 알던 발상과 신념의 핵심 체계를 위협한다면 무의식적으로 그 사실에 반대할 근거부터 찾는다. 이른바 '확증 편향'이다.

이런 편향은 누구에게나 있다. 기존의 시각을 유지하려는 '방어적 태도'가 더 견고한 사람을 흔히 보수주의자라고 부르고, 새로운 것에 조금 더 개방적인 사람을 진보주의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 만큼이나 보수적인 사람도 그 층위가 다양하다. 스토니브룩대학 연구팀의 말을 인용하자면 "지식이 적은 사람은 이유없이 주장을 거부하는 반면, 교육을 받은 사람은 더 나아가서 반론을 내놓는" 식이다. 그 주장에 사실적 근거보다 어느 정도 감정이 실려있느냐를 따져볼 문제이기도 하다.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를 한 범주 안에 '잠깐이나마' 몰아넣는 요소는 '공포'다. 테러 등의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자칭 진보적인 사람마저 군사적 보복 등 '강경한 대응'을 지지하게 되는 배경도 이런 경우에 속한다.

일리노이대학 연구팀은 '각기 다른 이유로 에이즈에 걸린 사람 중 어느 대상에 치료 지원금을 줄 것인가' 등 특정 상황을 설정하고 심리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이들은 수차례 반복된 실험 결과를 토대로 '진보주의는 본래의 생각을 바로잡는 교정 반응'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공포스러운 상황 앞에서 누구나 즉각적으론 강경한 대응을 지지하지만, 평소 진보적인 성향이던 집단은 반복된 실험에서 차차 '개인을 비난하기보다 복합적 요인을 찾고, 현 상태보다 변화를 추구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결국 어떤 정책이나 정치인을 지지하느냐가 아니라, 사실은 얼마나 개방성을 보이느냐가 진보-보수 성향을 가른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지만, 양쪽 모두 어느 정도 편향은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동기화된 추론'의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을 뿐.

이쯤에서 돌아볼 일이다. 과연 내가 새로운 주장이나 지식을 접했을 때, 얼마나 유연하게 그걸 받아들이거나 대했던 지를. 혹은 '그 주장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와 '그 주장은 논리적으로 틀렸다'를 쉽게 혼동하는 경향이 있는지 아닌지를.

길게 적었지만 사실 꽤 단순한 이야기인데, 어느 정도의 개방성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조금이라도 비판받는 상황이나 새로운 정책의 도입을 앞두고 이를 도무지 감정적으로 못 견디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적으로 어느 정당의 지지자든, 어느 종교를 믿든, 어느 분야에서 일하든 간에 '꽉 막혔다'는 소리를 듣는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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