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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수 Jan 13. 2016

인간이 '문명의 동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행동과 말을 하는 사람인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인간은 도구를 쓰면서 문명을 갖게 됐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최초의 인류가 죽은 인간의 뼈를 집어들고 '부족간의 전투'에서 승리하던 그 장면처럼. 그리고 이어지는, 우주를 항해하는 우주선의 모습처럼.


오늘날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쉽고 빠르게 접속할 수 있다. 스마트기기는 나날이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가볍고 빨라진다. 이동수단은 더 안전해졌고, 거주지도 더 안락해졌다. 이전에는 '어떻게 이런 것들 없이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편한 생활이 가능해졌다. 모두 '도구'의 발전 덕분이다.


여기서 생각할 점은, '문명'이란 단어의 다른 쓰임새다. 도구의 유용한 쓰임 외에, 우리는 다른 무엇 덕분에 문명을 이루고 살아간다. 바로 의식과 제도와 같은 것들이다.



제도라는 것 역시 고민 끝에 만들어진 것이니, 이것 역시 '의식'의 범주 안에 두자.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자.


우리는 의식을 발전시키며 동물보다 더 나은 존재라고 스스로 믿으며 살아간다. 다른 사람을 함부로 해치지 않으며, 이유없이 미워하지 않고, 타인의 물건을 훔치지 않는다.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사회에 속해 사는 사람이라면 그래야 한다고 배웠다.


2015년이 지나 어느덧 2016년으로 접어들었다. 밀레니엄 버그가 세상을 파멸로 몰아갈 것만 같던 1990년대가 지나고, 인터넷의 파급력을 실감한 2000년대도 흐르고, 2010년대도 어느덧 중반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피부색과 성별로 상대방을 비하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여전리 상대방의 정체성이 쉽게 조롱의 대상이 되는 시대다. 신념은 본인이 지키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상대방을 향해 찌르고 휘두르는 흉기로 둔갑한다.


수천년 역사 중 흑인이 노예제에서 해방된 것이 불과 약 150년 전, 여성이 투표권을 얻은 것이 100년 전이라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멀지 않은 시기의 역사를 돌아보며 실망을 도려내야 할까? 그게 옳은 길인가? 간단하고 쉬운 체념이 아니라?


도구는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물을 내어놓는다. 칼이, 다이너마이트가, 그리고 인터넷이 그렇다. 그 도구의 끝엔 결국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문명이라 부르는 것의 한 쪽에 전자기기가 섰을 지언정, 그 반대편에는 반드시.


 '문명화된' 21세기,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어떤 행동과 말을 하면서 하루를 보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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