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수 May 21. 2023

'자전거 연습' 털어놓자, 주변 사람들이 달라졌다

연습 5일에도 실패... 긴장 풀고 페달 자유롭게 밟는 날이 올까

하루 30~40분씩 자전거 연습을 한 지 5일 차. 매일 연습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여전히 날마다 실패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50대 나이에도 연습 첫날 3시간 만에 자전거 배우기 성공' 같은 영상을 여러 개 시청한 뒤 시도했지만, 나의 경우는 성공 사례와는 거리가 멀었다. 


운전도 30대 중반에 배우기 시작했고 어려웠지만, 자전거 타는 건 또 다른 난이도의 일이었다. 차량 운전은 그래도 기기 조작만 어느 정도 잘하면 감이 잡혔는데, 자전거 타기는 안장에 앉은 상태에서 균형을 잡지 못해서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이 저주받은 균형감각! 
                       

안장 높이고, 페달 밟고... 겁을 이겨내야 나아갈 수 있다 


지난번 연습 때는 안장을 낮춰서 양 발을 땅에 딛고 출발했다. 넘어지는 게 두려웠기 때문에 처음엔 그 방식이 안도감을 주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지나치게 안장을 낮춘 것 때문에 페달을 밟기 더 어렵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무릎이 솟아올라서 핸들을 잡은 손에 닿을 뻔하고, 그럴 때마다 주춤하게 되니 페달을 밟기 힘들었다. 


이런 고민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자, 온라인 지인들이 다양한 조언과 정보를 전해주었다. "안장은 적당히 높이는 것이 더 낫고, 살짝 내리막길에서 연습하면 자전거가 넘어지는 게 덜하다"는 것이었다. 반려인이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주거나, 보조 바퀴를 장착한 자전거를 타면서 연습하면 어떠냐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현재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쉽게도 보조 바퀴를 장착할 수는 없었다. 또한 공유 자전거 '따릉이'의 특성상 무게가 무겁기 때문에 반려인이 잡아주는 것도 실행하기는 어려웠다. 


다행히 곧장 적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안장을 너무 낮추지 말고 오히려 높이라는 조언은 큰 도움이 되었다. 안장을 어느 정도 높이자 페달을 밟고 돌릴 때 무릎이 더욱 편해졌다. 가파르지 않은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타자 넘어지지 않고 페달을 밟는 게 훨씬 수월했다. 결국 핵심은 겁을 이겨내야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어느새 사람들이 나를 응원하고 있었다  


다리는 뻐근하고 땀에 흠뻑 젖은 채 귀가하는 순간에는 '여전히 자전거 못 타는 나'를 받아들이기 더욱 어렵다. '나는 왜 이리도 무언가를 남들처럼 잘 해내지 못하는 걸까?'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자전거 타기를 연습하는 날이 반갑지만은 않다. 다리는 뻐근하고 땀에 흠뻑 젖은 채 귀가하는 순간에는 '여전히 자전거 못 타는 나'를 받아들이기 더욱 어렵다. '나는 왜 이리도 무언가를 남들처럼 잘 해내지 못하는 걸까?' 싶은 생각이 따라붙어 뒤가 따가운 느낌마저 든다. 


그러다가 어느 날엔 또 한 번 색다른 경험을 했다. 5일 차 연습 날, '이번에 마지막으로 한 바퀴 돌아보고 귀가하자'는 마음을 먹고 내리막길에서 자전거 페달에 발을 올렸다. 그날도 40분 정도 실패만 경험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었다. 


오늘의 마지막 도전. 내리막길을 향해 자전거를 세우자 일순간 모든 것이 고요해진 느낌마저 들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근처 벤치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조용해진 것 같았다. 


"어어, 탄다. 탄다, 탄다." 


내리막길로 자전거가 미끄러져 내려가는 동안 페달 위에 발을 얹고 3~4회 이상 굴렀다. 몇 초 뒤에 자전거가 균형을 잃고 다시 쓰러지기 직전에 브레이크를 밟고 세웠지만, 그전까지는 아주 잠깐이나마 자전거를 탔다.


그 순간에 벤치에 앉아있던 누군가 나를 보면서 '그렇게 넘어지더니 드디어 타네'라고 작게 말하는 게 들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나를 응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소셜 미디어에서 나에게 조언해 준 사람도 나를 응원해주고 있었던 셈이 아닐까. 일상 속의 작은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가 또 하나 늘어났다. 


긴장 풀고 페달 자유롭게 밟는 날이 올까 


"너무 상체에 힘이 들어가서 더 균형을 잡기 힘들 거야. 긴장하면 힘이 들어가니까... 상체에 힘을 빼는 연습을 해보자." 

"그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이 말을 안 듣네."  


나의 연습을 옆에서 지켜봐 주던 반려인이 조언해 주었다. 분명 상체에 힘이 들어가서 자전거 핸들을 꽉 잡을수록 더 자주 넘어졌다.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 속도가 붙은 상황에서는 자전거가 쉽게 쓰러지지 않기 때문에 상체에 힘이 덜 들어갔고, 페달을 밟기 쉬운 거였다. 이걸 이해했지만 평지에서는 쓰러지는 게 무서워서 또 핸들을 꽉 잡게 된다. 


내가 수영을 못 하고 물을 무서워하는 이유도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릴 때 물에 빠졌던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서, 물에 들어가서 몸이 어느 정도 잠기면 긴장이 심해져서 몸에서 힘을 뺄 수가 없다. 그러면 당연하게도 물에 뜨지 못한다.


자전거도 결국 마찬가지의 과정을 극복해야 탈 수 있는 거였다. 아직 수영을 못 배운 내가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될까? 언젠가는 긴장을 풀고 자유롭게 페달을 밟을 수 있게 될까? 알 수 없지만, 이번에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마흔 앞두고 자전거 배우기, 페달 놓칠 때 부끄럽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