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에서 심심찮게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살렸다.'는 기사를 봤다. 그래서 제대로 배워두면 언젠가 필요할 때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신청해봤다.
주말 아침 강습이었는데도 19명 정원에 19명 모두 접수되었다. 의외로 인원 마감이길래 단체로 접수한 건가 싶었다. 하지만, 당일에 가 보니 개인 또는 2인끼리 친구 단위로들 오셨다. 누가 시켜서, 의무 교육이라서 오신 분도 없었다. 개인의 관심으로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연령도, 성별도 골고루 섞여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개인의 의지로 오신 분들의 그 귀한 마음에 괜히 감동받았다.
총 4시간의 수업 중 처음 2시간은 이론 수업이었다. 오랜만에 오프라인 수강생이 되어 자리에 앉아 있으려니 고역이었다. 몸이 뻐근하고 허리도 아픈 것 같고 강사님이랑 아이컨택하는 것도 괜히 어색하고 그랬다. 잠시 후회했지만, 이후 2시간 동안 실습하면서 정말 듣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포인트 몇 가지를 적어본다.
처치 vs. 치료
처치는 나빠진 환자의 상태를 더 이상 나빠지지 않게 붙잡고 있는 것이고, 치료는 환자를 원래의 컨디션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응급 처치를 하다가 환자를 살리지 못하거나 더 큰 도움을 줄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치료는 전문 의료인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응급 처치를 실시한 일반인(비의료인)은 환자를 119에 인계하기 전까지 환자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방치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필요한 역할을 한 것이라고 한다.
119가 올 때까지...
환자를 발견했다면 현장을 확인하고, 환자의 의식이 있는지 체크하고, 환자의 호흡을 확인한 후에 주변인에게 119 신고 요청과 자동제세동기(AED)를 구해올 것을 요청하고 바로 심폐 소생술에 들어간다. 단, 한번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면 119가 오기 전까지 멈출 수 없다. 생명을 붙잡기로 했다면, 끝까지 붙잡아줘야 한다. 119 신고부터 도착까지 평균 7.4시간,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소생 기회가 있는 골든타임은 4분, 최소 3~4분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있어야 한다. 심폐 소생술 횟수는 분당 100~120회인데, 119가 도착할 때까지 하려면 [심폐소생술 30회+인공호흡 2회]를 1 set로 5 sets 정도 해야 한다.
힘들 것을 알고도 시작하는 마음의 준비!
실제로 해 보니 두 세트를 실시하는 것도 꽤나 힘들었다. 나중에는 강사님이 CPR 30회를 7 sets를 연속으로 시키셨는데 다 하고 나니 전완근은 터질 것 같았고 손목은 한껏 꺾이고 눌려서 빨개졌다. 게다가 영아 CPR도 과신전 된 손가락으로 하다 보니 부러질 것 같았다. 놀랍게도, 힘들다는 것을 경험하고 나서 '아, 몸 사려야겠다. 보통 일이 아니구나.'라고 결론난 것이 아니라 '이렇게나 한 생명을 붙드는 것에 힘이 들어가고, 그래서 그만큼 귀한 것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도울 수 있을 때 도울 수 있다는 것은 천운이고 선물이고 기회다.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국내 심정지 환자 중 골든타임에 처치되어 생존하거나 회복하는 환자 비율이 생각보다 매우 낮았다. 질병관리청 통계를 찾아보니 최근 그래프는 없지만 2017년까지의 그래프를 봐도 증가 추세이지만 생존율 자체는 2017년 기준으로 고작 8.7%였다. 심정지 장소의 절반가량이 가정이고, 일상생활 중에 일어난다는 것을 보면 심폐소생술은 어쩌면 "내 가족을 살릴 수 있는" 기술인 셈이다. 한 번쯤은 익혀두면 소중한 내 가족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이 외에도 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를 보니 여러 가지의 응급처치 교육과 재난구조 교육이 있다.
다음에는 산악이나 수상과 관련된 교육을 들어보고 싶다. 배워보니 그동안은 정말 몰랐다는 것을 더 실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더 알아두고 싶어졌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정보 확인 + 수강 신청하실 수 있어요 :)
https://www.redcross.or.kr/education_safety/education_safety_emergency.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