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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루작가 Jul 12. 2024

건강하고 밝게 자라줘서 고마워

어느덧 4번째 찾아온 생일파티:)

생일이 지난 생일파티를 싫어한다. 크리스마스보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뭔가 더 설레는 것처럼, 생일을 앞두고 즐기는 파티가 더욱 신나는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러나 참 이상하게도 우리 첫찌 생일파티는 자꾸 진짜 생일을 지나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생겼다. 돌잔치는 코로나로 결국 몇 번을 옮기다 실패하여 가족들끼리만 시간을 보냈었고, 올해는 첫찌 생일이 주말이라 좋았는데 내가 코로나에 걸려 격리하는 바람에 함께 축하해 줄 수 없었다. 


2주가 밀린 생일파티. 그걸 모르고 그저 신난 우리 첫찌 덕분에 준비하는 나도 행복했다. 그랜파, 할머니가 참석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침 독일에서 와 몇 달을 함께 지내는 싸라이모도 초대하고, 첫찌가 첫 조카여서 너무너무 예뻐해 준 횽이이모도 초대했다. (덕분에 말젯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랑둥이 껌딱이까지 함께 만날 수 있어 몇 배로 행복했음!!) 


왁자지껄 대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 모두가 모이기 전에 뽀로로 친구들 앞에서 한 말씀해 달라 요청을 드리니 "쌩일이에요~!!" 하며 이렇게 즐거워하는 아이다. :)


이불은 왜 이렇게 뒤집어쓰고 있는 거니 ㅎㅎㅎ


타임머신을 타고 잠시 2년 전으로 돌아가본다. 요즘 둘찌에게 여름옷을 입힐 때마다 2년 전 첫찌 모습이 자꾸 오버랩된다. 둘찌를 출산하고 첫찌에게 많이 신경 쓰려고 했던 그 여름이 나에겐 강한 기억으로 남는 것 같다. 


그때는 몰랐다. 겨우 두 돌이 지난 첫찌가 다 큰 아이인 줄 알았다. 말도 잘했는 줄 알았는데 그 당시 영상을 찾아보니 겨우 아빠, 엄마, 안녕 등 지금의 둘찌처럼 말을 잘하는 아이도 아니었다. 그런 아이에게, 아니 아기에게 자기보다 더 어린 또 다른 아기가 생겼으니 얼마나 충격적이었을까. 그동안 받았던 사랑을 뺏길까 봐 두려웠을 첫찌의 마음이 지금의 둘찌를 보고 있으니 너무 이해가 되었다. 이렇게 아기였는데, 왜 그때는 몰랐을까. (말은 제대로 못하고, 불안하고, 틱이 올만 했다.)


몇 년 전 휴대폰 오류로 어느 기간의 사진과 영상이 통으로 사라진 적이 있었는데 첫찌의 생일파티가 그 안에 있었는지 아무리 찾아도 사진과 영상이 없다. 그런데 다행히 프로필사진으로 했던 6초 영상이 기억나 그 시절을 추억한다. 



이렇게 할미품에 안겨 눈도 제대로 못 뜨던 둘찌가 이제는 개구쟁이 동생이 되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케익을 만지고 싶어 하던 꼬꼬마 첫찌는 양팔에 생일 선물을 받고 함박웃음을 짓는 형아로 성장했다.



아이들은 이렇게 변해가는데, 그러고 보니 엄마인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파티가 다 끝나야 덩그러니 놓인 고깔모자를 보고선 아차 하며 한결같이 정신을 못 챙기는 엄마다. (ㅎㅎ)


지난 2년의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첫찌처럼 둘찌에겐 더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고, 둘찌가 태어나 첫찌의 중요한 3,4세 시기를 얼렁뚱땅 보내버린 건 아닌지 둘 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요즘 두 아이가 노는 모습을 보면 자기의 노는 상대가 되어주고 부려먹을 수 있는(?) 동생이 있어 첫찌는 유쾌통쾌, 태어날 때부터 형아 따라 하기에 바쁜 둘찌는 행복해 보인다. 


이런 감상에 젖어 있을 때면 금방 또 "내가 더 선물 많이 받았지롱~~" 하며 동생을 약 올리고, 어디서 배워왔는지 화가 나서 형에게 "태! 권! 도!"를 외치는 그들이지만 사랑스러운 형제들을 보는 맛에 산다. 이 시간이 이제는 부디 천천히 느리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눈과 가슴에 꼭꼭 담아두고 싶다. 이 소중한 시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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