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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루작가 Jul 11. 2024

내려놓으면 편해지는 육아

오늘은 어떻게 집을 꾸며볼까:)

몇 주 전 친정엄마집에 냉장고를 바꿨다. 안 그래도 첫찌가 어린이집에서 집모양의 상자로 그림 그리고 색칠하는 것을 사진으로 봤던지라 큰 상자를 구해 집에서도 해보게 하고 싶었었다. 마침 잘 됐다 싶어 냉장고 박스를 아빠께 부탁드려 집 앞 배송 서비스를 받았다. 


어마어마하게 상자가 크니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는지, 바로 사용하지 못하고 현관에서만 대기를 시키다 이번 주 아이들과 놀이를 시작했다. 접혀있는 상자를 네모나게 벌려 아이들도 그 안에 쏙쏙 들어갔다 나왔다 해보는 틀을 구상했지만, 옮기는 것조차 너무 무거워 어딘가에 형태를 고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옮겨진 대로 이렇게 세모난 집이 되었다. 

 



그동안 어딘가에 써먹어야지 하며 말려둔 우유팩으로 굴뚝을 만들고, 톱질 같은 칼질을 하며 창문을 만들어주었다. 신이 난 아이들은 풍선도 달고 색종이도 붙이고, 도트펜으로도 열심히 색깔점을 찍으며 재밌게 놀았다. 비록 둘찌가 온몸에 도트질을 하는 바람에 잠시 슈렉처럼 변하긴 했으나. (ㅎㅎ)


1차 집을 마무리하고 어제는 2차로 꾸미기를 시작했다. 물감을 주는 것은 내게 용기가 필요했다. 결벽증과 강박증을 다 가진 나는, 평소 아이들이 장난감으로 어지르는 건 괜찮다. 깨끗하게 정리되는 과정을 좋아하니까. 그런데 오만가지에 풀을 칠하며 다니거나 여기저기 펜으로 낙서를 하거나 부스러기를 흘리고 다니는 걸 싫어한다. 점토놀이나 물감놀이를 할 때면 무조건 김장매트 같은 곳에 아이들을 들어가게 해서 못 나오게 했었는데 이번엔 쿨하게 모든 걸 허용했다. 지난번 육아강의를 듣는 데 아들 셋이 너무 조용하길래 뭔가 해서 가보니 벽에 그림과 낙서로 난리가 나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그런데 화내지 않고 품어준 엄마의 마음에 나는 왜 이렇게 못 해주나 반성했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들은 신나게 붓질을 해댔고 손과 발에 물감을 칠해 손도장 발도장을 찍으며 깔깔 웃었다. 물통 물을 다 쏟고, 바닥이며 근처 장난감들마저 물감으로 난리가 났지만(이 때는 아마 제정신이 아니었나 보다. 사진첩에 사진이 없다 ㅎㅎㅎ) 그래도 마음을 내려놓았더니 이 과정을 나 또한 즐기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이렇게 자라지 못했던 것 같다. 엄마 아빠 각자 다른 파트에서 결벽이 있으셔서 나도 자연스레 뭔가를 어지르고 주변이 지저분해지는 게 싫었다. 아이를 출산하고 이웃 엄마들이 아이들과 편안하게 오감놀이나 미술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참 자유로워 보였다. 그런데 이제는 나도 육아의 발걸음이 가볍게 놓이는 걸 보니 기쁘고 뿌듯하다. 


3차, 4차 어떻게 더 재미나게 냉장고 집을 갖고 놀 수 있을까. 

아이들과 머리를 굴려봐야겠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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