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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루작가 Jul 08. 2024

현실과 낭만 사이

행복은 언제나 가까이에:D

바깥 온도 34도. 저녁 6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밖은 덥고 해는 지지 않았다. 아직도 뜨거운 공기가 바람에 섞여 우리를 정신없이 흔들고 있던 날씨. 육지에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제주는 더 후덥지근하다. 아흑 더워라.


둘찌가 세상에 나오고 첫찌에게 형아가 된 선물이자, 출생 1000일 기념으로 자전거를 사줬었다. 페달을 돌리지 못하고 핸들만 왔다 갔다 분주하게 운전하던 첫찌는 이제 네 돌이 지나 많이 성장해 있었다. 최근 베란다에 세워진 자전거 위에 올라타 딩딩딩- 경적을 울리며 자전거에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그것을 모른 척하지 못한 애비애미는 무더운 날씨 속에 아이들의 애마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삼삼오오 방파제에 모여 해질녘 노을을 배경 삼아 고기를 구워 먹던 시절이 엊그제인데, 코로나 여파인지 현수막에 취식금지 안내문이 크게 붙어져 있었다. 거리는 깨끗해졌지만 뭔가 모를 아쉬움이 밀려왔다. 취식금지인 걸 모르고 챙겨 온 저녁거리는 차에 두고, "치킨~ 치킨~"을 외치는 둘찌 덕분에 종이컵에 네 조각의 치킨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


어느새 첫찌는 아빠와 저 멀리 자전거 연습하러 가 있고, 둘찌와 나는 나란히 계단에 앉아 보드 타는 청년들, 킥보드를 씽씽 운전하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가방 속에서 몰래 꺼내 한입에 쏙 넣어주는 치킨 맛에 함박웃음인 둘찌. 그를 바라보는 나도 배가 부르다. 멀리서 다가오는 강아지에게도,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향해서도 우리는 다정하게 손을 흔들며 눈요기도 했다.


배도 좀 채웠으니 우리도 자전거를 타볼까. 아이가 페달을 밟는 건지, 내가 돌리는 페달 위에 아이는 그저 발을 놓은 건지! 아오 힘들었다. 가방 속에 있던 장바구니를 꺼내 운전대에 걸고 마부가 되어 주인님을 모셨다. 땀으로 흠뻑 젖었으나 신나서 깔깔 웃는 둘찌를 보니 견딜만하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0)


"저기! 저기!" 하며 하늘을 가리키는 둘찌 덕분에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봤다. "새!" 하며 표현했지만 구름을 갈라놓으며 힘차게 날아가는 제트기였다. 하늘 위에 몽글몽글한 하얀 선을 쭈욱 그리며 날아가는 그의 당찬 행로가 아름다웠다. 하늘빛, 하얀 구름, 저 멀리서 조금씩 존재감을 나타내려 하는 붉은 노을.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내쉬고 여유를 찾는다. 


빨간 헬맷을 쓴 송이버섯 하나가 열심히 나를 향해 달려온다. 다리를 원으로 돌리며 자전거 페달을 밟는 자세가 꽤 안정적이다. 이제 페달 돌리는 맛을 알게 된 첫찌. 하나를 가르쳐주면 잘 기억하고 해 보려고 도전하는 아이가 기특하다. "10분만, 조금만!" 하며 시간을 벌던 아이들도 배가 고팠는지 잘 놀아 뿌듯한 마음으로 방파제를 나왔다.


여전히 30도였을지 모르지만 기분 탓인가, 시원해진 바람을 맞으며 트렁크에 아이들을 앉혔다. 집에서 챙겨 온 주먹밥과 빵, 치킨을 꺼내 먹었다. 주차장이라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으나 이것도 추억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노래라도 틀어줄 걸 배고파 먹기에 바빴네 ㅎㅎ)


아이들이 보는 이 세상은 어떤 느낌이 들까. 낭만이 가득한 현실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겐 모든 게 즐거움이고 설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비록 가끔씩 우리에게는 현타로 다가오는 것들이 있지만, 이 마저 아이들 덕분에 우리는 다시 행복으로 스위치온이 된다. 그냥 그 사이를 즐기며 걸어가면 되는 것 같다. 오늘처럼 신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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