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마음을 깊이 안아준 고마운 책

<언니들의 마음공부, 부모 편>, 오소희 작가

by 반짝이는 루작가

내 마음을 기가 막히게 알아주고 공감해 주는, 거기에 조언까지 더해주는 책을 만났다. 엄마와의 관계가 너무 힘들었을 때 짝꿍언니가 추천해 준 책이었다.


어쩜 내 어린 시절과 똑같은 사람들이 있는지, 신기했고.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한 마디만 던져도 어떤 마음이었고 상황이었을지 예상이 되었다.


소희언니는 도대체 어떤 분이신 거야! <엄마의 20년>을 읽을 때에도 그저 먼 작가님으로만 생각되었는데, 이번 <언니들의 마음공부, 부모 편>을 읽고 나니 언니가 내 눈앞에도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만나고 싶고 언니께 감사의 편지도 쓰고 싶다.


밑줄 스티커가 엄청나게 붙었다. 응원과 격려의 말들을 필사하고 있으니 또 새롭게 이해가 된다. 책을 두 번 세 번 읽는 이유가 이런 것이었구나.


그동안 장녀로 살면서 내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어린 시절 루씨를 꼭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싶다. 그리고 과거에 얽매여 부모탓을 하던 악습에서 벗어나 엄마와의 경계도 새롭게 설정해 가야겠음을 느낀다.


지금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도 다시 재양육하는 시간을 가져야지. 신나게 깔깔거리며 노는 걸 잘 못하는데 아이들이 더 커버리기 전에 이 타이밍을 잡고 싶다.


제일 중요한, 나를 돌보는 시간을 꼭 가질 거다. '지친 장녀들의 할 일, No.2 등신짓하기'를 무조건 해낼지어다. 퇴행의 시간을 귀하게 누릴 예정! Coming soon!!! :D


IMG_2433.jpg


p.85

장녀는 가족의 고통엔 민감하면서 그토록 자신의 고통에'만' 둔하다. 온갖 잡다한 가족사를 다 처리한 뒤에야 자신의 고통에 반응할 말미를 낸다. 물론 잡다한 가족문제는 결코 끝나는 법이 없다.


p.90

"너의 몸과 마음은 아주 일찍부터 쉼 없이 노동한 거야. 느껴보렴, 네 천만 겹의 피로감을. 알아봐주렴, 네 천만 겹의 고단함을. 너는 긴장을 놓아본 적이 없어. 그 모든 일을 떠맡고도 당연하다는 듯 해냈지."


p.97

"반드시 비폭력적인 '나 전달법I-message'으로. 예를 들면 '엄마가 절 힘들게 했어요'가 아니라 '제가 그동안 장녀로서 너무 열심히 살았나 봐요. 잠시 쉬어가고 싶어요.' 더 가볍게는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몸도 많이 피곤해요. 그래서 의사의 권유에 따라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괜찮은 척, 문제없는 척, 척, 척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척하는 건 너를 지우는 행위야. 존재가 자신을 드러내려고 할 때 네가 자꾸 입을 틀어막고 파묻어버리는 거야."


p.99

"덜어내기 = 'NO'라고 말하기 = 때때로 그러나 반드시, 엄마를 실망시키기. 그동안 엄마의 기대에 부합하는 것이 너의 인생과제였다면 이제는 실망시키는 것이 과제야. 그래도 되고, 그래야 해. 네가 엄마를 실망시킨다 한들 막 길거리에 나앉는 식으로 크게 걱정시킬 단계는 지났잖니. 대단한 불효를 하려야 할 수도 없어. 이미 넌 직장, 가정 같은 생의 자원들을 훌륭하게 확보해놓았기에 기껏해야 엄마가 듣고 싶은 대답을 해주지 않는 정도의 실망일 뿐이야. 적당히 실망시키기도 하는 것, 혼신의 힘을 다하던 '습'을 멈추는 것! 관계에서 꼭 필요한 건강한 변화야. 할 수 있겠니?"


p.100

"나는 언제나 나를 보호하는 사람이어야 하니까. 수진아, 너는 지금 엄마만 보호하고 너를 보호해주지 않는 거야. 이기적일 필요가 있어. 너 같은 사람에겐 이기적인 것이 결과적으로 이타적인 거야."


p.104

3. 지속적으로 하기:

"이렇게 자주 말해줘. '나는 쉬어도 돼. 나는 그럴 자격이 있어. 나에게 이 쉼이 꼭 필요해. 이 쉼은 약이야, 약! 나도 좀 살자. 좀 막 살아보자.' 네 귀가 네 말을 똑똑히 듣도록 소리내서. 스스로 납득이 될 때까지 말해줘."

5. 포도 스티커 프로젝트:

"문방구에서 파는 100개짜리 포도 스티커 판 있지? 그거 사다 냉장고에 붙여. 100일 목표로 1일 1등신짓해서 등신짓 할 때마다 스티커를 한 장씩 붙여. 오랜 '습'을 버릴 땐 눈에 보이는 양적 기록이 있어야 더 효과적이야.

여기서 더 아프면 진짜 목돈 들어가. 그러니 지금 써. 퇴행의 날만큼은 아주 야무지게 널 위해 보내. 돌아와서 좋은 낯으로 남편과 아이를 대해주면 되니까. 알고 보면 이분들도 힘드셨어, 늘 긴장해서 뻣뻣한 너를 상대하느라. 포도 한 송이가 완성될 즈음이면 더 적극적으로 너에게 '제발 나가서 등신짓 좀 하고 오라' 권할지도 몰라."


p.110

"엄마의 헌신의 일부를 빌려 오늘까지 왔지만, 엄마보다 편안한 삶이라고 미안해하거나 엄마의 삶을 가엾어 하지 않기."


p.113

"이 작업은,

하나. 엄마와 너에게 벌어졌던 일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둘. 당시에 살아남기 위해 맺었던, 지금은 필요 없어진 비상시 팀워크를 해체하고,

셋. 팀워크를 유지하느라 네가 억눌렀던 '맞는 감정과 감각'을 뒤늦게라도 불러와 너의 내면아이를 충분히 위로하며,

넷. 감정과 감각을 억누를 대가로 얻어낸 생의 자원들로써 억울함을 퉁쳐 보내고,

다섯. 지금부터는 '맞는 감정과 감각'을 지니며 살 수 있도록 자원을 여유롭게 활용하는 동시에,

여섯. 엄마와 새롭게 경계설정을 하는 거야. 이로써 엄마와 더 바람직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말야. 부모님에 대해서 좋은 말만 해야 한닫는 조선시대 억압은 변기에 쏟고 물 내려."


p.115

애썼던 10대를 지나고 비탄만 하던 20대를 지나 어른 흉내를 내느라 힘들었던 30대를 넘겨 오롯이 내 마음과 몸을 바라보게 된 지금, 처음으로 생이 두렵거나 이제 그만 끝나버렸으면 하는 게 아닌 무한한 긍정으로 다가온다.

나, 이만하면 열심히 살았다. 다, 괜찮다. 그러니 첫 시간에 썼던 자기소개 문장, "나는 나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나서 곤혹감을 느끼는 사람입니다"는 저 멀리 내던지자.

마지막 문장은 이게 좋겠다.

"나는 이만하면 괜찮은 사람입니다!"


p.144

길게 뻗은 나무와 우거진 초록이 한창인 여름, 바닥이 반사되어 마치 파란 물이 찰랑찰랑 가득 찬 것처럼 보이는 수영장. 나는 물을 향해 돌진하고 있따. 세상의 신남은 다 내 것이라는 듯, 한껏 들뜬 표정으로. 다다닥 뛰어와 물에 닿기 직전 도움닥기를 한다. 있는 힘껏 날아올라 몸을 물에 던져넣는다. 내 즐거움에 맞장구를 치듯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고 모두가 깔깔 웃는다.

물에 첨벙! 들어가는 순간 내 마음의 폭죽이 같이 터진다. 평소 같으면 아이들 노는 모습을 물 밖에서 지켜봤을 내가 이렇게 신나게 놀 수 있다니! 속이 다 시원해진다. 이게 언니들이 말하는 자유로움인가? 그래, 눈치 보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여름엔 물놀이를, 겨울엔 신나게 눈싸움을 하자. 엉뚱함과 바보스러움을 보여도 되는 내 사람들이 곁에 있지 않나? 마음껏 순간을 즐기면서 살자.

"아주 좋아! 그런데 이거 너무 당연한 거야. 여름에 물놀이 안 하고, 겨울에 눈싸움 안 하면 대체 뭘 하나? 대놓고 실컷 할 수 있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사람의 특권이야. 지금 언니가 눈 오는 날 남편하고 둘이서 눈싸움을 하려고 해봐. 음, 못 할 건 없어. 우린 해. 근데 장담해. 아이와 함께하는 것처럼 재미있진 않을 거야. 아이는 유희의 천재니까."


p.145

"예전에 '아이를 키우는 건 유년을 두 번 사는 것'이라고 쓴 적이 있어. 민주도 유년을 다시 살면서 애어른 노릇하느라 못 누렸던 놀이를 실컷 해보는 거야. 아이와 아이처럼 노는 사이 네 유년의 상처나 억압은 치유될 거야. 못 해본 것에 대한 갈망도 사라지겠지."


p.154

왜 나는 이렇게 스스로를 억압하는지, 나는 왜 생산성에 집착하는지, 나는 왜 나 자신의 감각에 둔감한지... 그렇게 시작된 질문이 마지막 모임이 끝난 뒤 이런 질문이 됐다.

"민주야, 너는 지금 뭘 하고 싶니?"

"너는 지금 기분이 어떠니?"

이게 맞는 거란 걸 이제야 알았다.


p.170

"안 된 건 오래 들여다보는 거 아니야, 언제나! 이제부터 될 걸 오래 들여다보는 거야."


p.188

"너는 어떻게든 상황을 낫게 만들어보려고 해. 정서적 소녀가장의 역할. 넌 그 집에서 단 한 사람, 온 가족의 기분을 신경 쓰는 사람이었어. 그걸 네가 어떤 식으로 해? '아빠에게 애교를 부려보거나', '오빠 입시 때 숨죽이고', '엄마의 일기장을 훔쳐보면서' 어린 깜냥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찾아서 해. 너의 레이더망은 결코 꺼지지 않아. 사방팔방으로 감지하고 있어. 아빠가 욕을 하는구나, 엄마가 맞는구나, 그런데 오빠들은 책에 고개만 박고 있구나, 그럼 내가 지금 할 일은 뭘까?

얼마나 피곤했겠니? 그 작은 몸으로 온 가족의 기분을 견인하려고 감정노동을 멈추지 않았던 거야. '아, 나는 혼자서 그렇게 애쓰고 있었던 거구나.' 너는 이 지점을 깊숙이 위로해 주어야 해."


p.190

"하다못해 부모가 '애가 보고 있으니까 여기까지만 하자'라든지, 일단 눈 뒤집혀 싸웠어도 '아까 그런 모습을 보여서 미안하다'라든지, '앞으론 안 그러도록 노력하겠다'라든지, 혹은 오빠들이라도 '막내, 괜찮냐?' 물어준다든지, 널 위해 있어야 할 최소한의 소통이 전혀 없었던 거야. 투명인간처럼 가장 어린 네 모습은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았던 거야."


p.196

"아침에 친정엄마가 상처 주는 말을 해서, 그 하루를 울면서 망쳐버리잖아? 내 인생의 주인은 엄마야.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려면 '내가 나를'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해.


p.197

"앞으로 감정코칭을 배우다 보면 오히려 막 분노가 올라올 거야. '어떻게 어린애 앞에서 그렇게 부적절한 행동을 계속할 수가 있었지?' 화가 날 거고 화가 나야 해. 그걸 충분히 위로하고 치유한 뒤에야 네가 부모님을 '제대로'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때는 지금처럼 겁먹지 않고 편안히 경계도 그을 수가 있을 거야. '그런 건 두 분이 처리하세요. 더는 제가 개입할 문제가 아닙니다' 할 수 있을 거야. 할 수 있어야 돼. 처음부터 네가 개입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p.294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 부모에게 선포하는 거야. '이제 저는 더 이상 당신이 주는 것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아요.' 선포해서 부모로 하여금 포기시키는 거야. '지금부터는 내가 선택한 것들로 나를 만들어나갈 테니 적당히 빠져 있어주세요.' 이걸 지속적으로 부모와 갈등을 불사하면서 알려주는 거지.


p.298

"요컨대 너는 안전해! 엄마가 흥분하시면 그대로 일어나서 네 집으로 가면 돼. '이번 난동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으시면 당분간 연락을 끊겠어요' 문자 보내면 되는 거고, 사과 안 하시면 연락을 정말로 끊는 거고. 그럼 엄마는 그 일을 복기하게 되어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손주는 보고 싶고, 붉으락푸르락하면서도 '저년이 왜 안 하던 짓을 하지?' 생각해보시겠지. 이 갑을관계를 뒤흔들려면 갑이 '불편함'을 느끼는 시간이 필수야. 겁먹지 말고 표현해."


p.299

부모와의 관계가 불편할 때 그냥 덮어두고 싶어 한다. 희진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어릴 땐 내가 약해서, 커서는 부모가 약해서. 그런데 이 말을 바꿔보면 '여러분,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입니다. 바로 지금 부모와의 관계에 변화를 주세요!' 이런 안내방송이 나오는 때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직 '내가' 변화를 만들어보겠다 마음먹고 '지금 시작하겠습니다' 하고 자체 안내방송을 하는 바로 그때가 최적의 타이밍이다.


p.300

"엄마가 한 살이라도 젊으실 때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거야. 너도 입 꾹 다물고 얻어터지던 네 내면아이를 구해내야 할 거 아니니? 엄마를 공격하라는 게 아니라 비폭력 대화로 '나 그때 정말 섭섭했어' 같은 감정표현을 꺼낼 수 있어야 한다는 거야."


p.302

나를 피해자의 위치에 두고 가해자를 원망하는 패턴이 익숙했기에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이런 삶의 패턴은 주체적이며 온전한 나로 살지 못하게 만든다. 언제까지 남 탓이나 하면서 엄마의 영향력 아래 무력했던 나로 계속 살 순 없지 않은가.


p.311

카르마는 끊어졌다. 그것은 육아서나 강의로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내가 잘 사는 것'으로만 끊어진다. 나나 잘 살자! 새로 당도한 세상에서 희진이는 자신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살고 있다.


p.365

나를 느끼고 그 느낌을 존중하고 그것을 말로 표현할수록 점점 진짜 내가 되어감을 느낀다. 정말로 나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맥을 짚어준 허준 오소희 선생, 나의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준 쌍년 등신짓 멤버들, 나를 드러낼수록 더 나를 안아준 사랑하는 남편, 그리고 용기낸 나,

정희,

사랑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