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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신호등 앞에서 멈출 줄 아는 여유

숨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

by 반짝이는 루작가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다. 아침 운동을 다녀오는 길,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 횡단보도의 초록 신호가 탁탁 켜졌다. 가는 길도, 오는 길도. 단 10초도 쉬지 않은 채 공원을 향했고 그 안을 걸었고 집으로 돌아왔다.


30분이란 시간이 다른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지만, 휴식 없이 걷고 오니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내 등을 떠민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멈추지 않는 게 자연스러웠던 상황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어딘가가 좀 불편하고 힘들었다.


요즘 나의 삶이 그런 것 같다. 누군가가 내게 지시를 내리고 평가하는 것도 아닌데 일단 나아가려는 시간들. 작년보다 많이 할 일들을 줄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자기 계발에 대한 압박과 진로고민이 어쩌면 내 두통을 더 심해지게 만든 건 아닌가 싶다.


영어그림책 포스팅이고 뭐고, 육아일기고 뭐고 일단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자세히 쓰겠지만 오소희 작가님의 글을 읽고 더욱 든 마음이었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고 했으면서 정작 나를 돌보지는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은 한 번 신호등 앞에서 멈추어 보았다. 초록불이 켜졌는데 건너지 않으려니 낯설었다. 아마 지나가는 사람들도 나를 보며 ’저 사람은 왜 가만히 있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시선은 잠깐이었다. 순간의 용기에 나는 나를 재정비했다. 신발 안의 모래를 털고, 다리 스트레칭을 하며 잠시 숨을 돌렸다.


2-3분 더 늦게 집에 도착했다고 하루의 시작이 달라지지도 않았다. 남편과 아이들 아침을 챙기고 설거지를 할 여유도 있었다. 잠시 멈추고 나를 돌아보는, 아니 돌보는 연습을 한다. 그렇게 내 마음에 평온함의 초록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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