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찾으려 하지 말고, 다가오는 대로 편안하게
“하-” 하고 크게 숨을 뱉어냈다. 차에서 내려 출근하던 길, 뜨거운 바람에 나의 뭉쳐진 응어리들이 녹아내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큰 숨을 내쉬었다.
한 달에 한 번 그 시기가 다가올 때마다 점점 두려워졌다. 20대가 되면서 시작된 복통 플러스 두통. 그래도 한두 번 그러다 말고, 타이레놀 한 알에도 금방 잡히곤 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나의 기록에 빠짐없이 ‘두통으로 고생함‘, ’약을 복용’이 꼭 적히기 시작했고, 올해가 되면서 구토를 동반할 만큼 두통의 강도가 세졌다.
아무래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시원할듯하여 지난주에 종합병원 신경과로 가 진료를 받았다. 어떤 효능이 있을지 모를 네 알의 알약을 삼키며 이틀째 복용하던 날,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른쪽 검지, 중지 손가락 끝 어딘가가 손이 배인 것처럼 찌릿찌릿하기 시작했고, 다음 날에는 왼쪽 허벅지까지 원인 모를 열감으로 시뻘겋게 달아올라 고통스러웠다. 도대체 내 몸은 왜 이러는 걸까.
두통을 없애보겠다고 새벽에 일어나면 걸으러 나가는 걸 일 순위로 잡아 나갔고, 저녁이면 남편이 가능한때마다 찬스를 써 요가 수련을 받으러 갔었다. 그런데도 나아지기는커녕 악화되는 나의 몸 상태에 우울했다.
검색창에 내 컨디션을 적으면 결국 죽음까지 이르게 되는 병명들에 겁이 났다. 생각의 생각을 하며 꼬리를 물다가 출근시간이 다 돼 차 문을 닫고 나오며 크게 한 숨을 내 쉰 것이었다.
그때 문득 ‘아, 나는 왜 내 몸을 사랑해주지 못하는 걸까. 왜 품어주지 못하고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자꾸 나에게 오는 몸의 불편함들을 내치고 싶고 피하고만 싶었다. 하지만 거기서 ‘그렇구나, 아프구나!’하며 ‘그래, 잠시 머물다 가렴, 함께 잘 지내보자’하고 나를 다독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갑자기 나의 숨이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그날 저녁 요가 수련 때 선생님이 말씀해 주시는 것과도 연결이 되었다. “숨의 질이 달라지는 걸 느껴보세요. 억지로 찾으려 하지 말고, 다가오는 대로 편안하게.” 천천히 호흡하며 숨이 나가고 들어오는 걸 알아차려본다.
오늘 뇌 CT를 찍고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이상은 없었다. 밖으로 나오는 길, 몸도 마음도 안온해진 숨을 고른다. 신기하게도 뜨거운 공기와 어우러지는 숨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