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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난다고 정답이 나올까

진로고민을 끝내고 싶다

by 반짝이는 루작가


2019년 8월 중순에 남편과 떠났던 1박 2일의 휴가. ‘김영하의 방’이라는 컨셉으로 다녀온 여행이었다. 작가님의 책과 굿즈들을 받아 들고, 곳곳에 적힌 좋은 구절들을 보며 휴식했던 시간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때도 지금도 책을 좋아하는 우리라 참 좋다. 그러나 중간에 출산이 끼어들면서 의지대로 자기 계발을 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어떻게든 새벽까지 회사 일을 마치는 남편을 보면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말이야 쉽게 때려치우라고 남편에게 해보지만, 우리 세명을 먹여 살려내느라 그러지 못하는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얼른 나도 같이 생계에 뛰어들고 싶은데, (물론 지금도 오전엔 학교 봉사 일을 하고는 있지만) 왜 나의

진로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걸까. 새벽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무언가를 하고 열심히 글 쓰고 육아도 포기하지 않으며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데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니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싶다. 1-2년에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 욕심이겠지만.


그래서 이제라도 꾸준히 해 보려고 영어 그림책 공부와 아이들과의 책 대화를 시작하는데, 이 마저도 시간 낭비인가 얼른 경제 공부를 해야 하나 싶고..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블로그에 일일 일포를 하면 나의 브랜딩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걸까 의심하는 마음까지 생긴다. 내가 좋아 쓰는 글, 내 기록이 그저 기록으로만 묻히는 거라면 굳이 여기에 시간투자를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들.


어찌 보면 1년을 봤을 때는 작년에 경제공부를 시작할 걸 하는 후회를 할 것 같지만, 10년을 보면 나의 커리어 쌓기에, 나라는 존재와 내 정체성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 더 노력을 기울일 걸 하는 후회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돈 보다 영어 그림책에 더 마음을 둬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니 그냥 둘 다 잘하고 싶은데 욕심 같고. 흑 도망치고 싶다. 어디론가 휙 달아나고 싶지만 그래봤자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걸 알기에 요즘 내 삶이 참 답답하다.


휴. 이렇게 글에 하소연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신 담임선생님께 감사한 지금이다. 이제 곧 2교시 시작이니 얼른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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