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일 - 출발 FM과 함께
https://www.youtube.com/live/3GReyUkXXwA?si=rc-mGxlkW3Rm-aDP
아침에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출근하면서 '출발 FM과 함께'를 듣는다. 어린 시절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사촌언니를 따라 연주회에 따라다닌 것에 영향을 받았는지. 학창 시절에는 잠시 클래식을 멀리했지만, 결혼하고 집 안에서, 일터에서 늘 클래식 방송을 켜두었었다.
작곡가와 악보의 번호가 일치도 안 되고, 클래식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없지만 내가 자주 듣고 좋아했던 선율이 흘러나올 때면 그렇게 반갑고 편안하다. 음악 속으로 파묻히고 싶은 마음에 차에서 내리기가 싫다.
그제 아침이 그랬다. 새 마음으로 7월을 시작하는 날, 출발 퀴즈 3분 백과로 '루바토'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루바토. 음악에서 뭘 훔치는 걸까.
이탈리아어로 루바토는 ‘훔친’이란 뜻입니다. 무엇을 훔치느냐. 바로 음표의 길이, 즉 소리 나는 시간을 훔칩니다. 루바토는 어떤 음표에서 시간을 훔쳐서 그 시간을 다른 음표에게 주는 것인데, 악보상 음표의 길이엔 변함이 없지만, 시간을 빼앗긴 음표는 길이가 짧아지고 시간이 더해진 음표는 길어집니다.
해석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8세기부터 루바토, 템포 루바토에 대한 기록이 전해지는데 루바토란 표현을 가장 효과적이고 멋지게 쓴 사람, 19세기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쇼팽이었습니다.
루바토는 어떻게 표현이 될까. 예를 들어서 왼손이 반주하고 오른손이 선율을 칠 때 왼손은 일정한 빠르기로 가고 오른손은 어디는 길게 어디는 짧게 자유롭게 길이를 조정합니다. 그러면 악보엔 양손이 딱 맞도록 적혀있지만, 연주에선 미묘하게 어긋나게 되는데 그게 바로 루바토의 멋입니다.
연주자에 따라서 루바토도 다르게 표현되는데 쇼팽의 친구였던 프란츠 리스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무의 뿌리와 나뭇가지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지만, 나뭇잎은 바람을 따라 자유롭게 흔들린다. 근본을 해치지 않는 자유로운 연주가 바로 루바토다. 루바토를 써서 표현의 유연성을 취하되 곡의 근본을 해치지 않도록 적절히 사용하라”는 충고였습니다.
(출발 FM과 함께 유튜브 영상 1:21:30)
나무의 뿌리와 나뭇가지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지만, 나뭇잎은 바람을 따라 자유롭게 흔들린다, 근본을 해치지 않는 자유로운 연주가 루바토라는 말에 이상하게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설렜다. 단어들 하나하나를 기억해 휴대폰에 '쇼팽 루바토 나뭇잎'하며 키워드를 집어넣었다. (다행히 유튜브에 다시 보기 영상이 있어 얼마나 감사했는지!)
쇼팽을 너무나 사랑한 알프레드 코르토. 그가 연주하는 프렐류드 4번을 듣는데 가슴이 뜨거워졌다. 어느 고즈넉한 시골 정원에 앉아 있다고 상상해 보았다. 내 앞에 나무 한 그루를 떠올리며 나라는 인간의 뿌리와 몸뚱이도 마찬가지일 거란 생각을 했다. 이 자리에 존재하기까지 흘러온 나의 역사를 내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었다면 앞으로의 역사는 내가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
근본을 받아들이면서 나라는 나무의 뿌리를 튼튼하게 다져가는 노력, 단단하게 나뭇가지들을 만들어가는 시간은 필수조건이다. 거기서 어떤 싹을 틔우고 어떤 잎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얼마나 바람을 느끼며 살랑살랑 흔들게 될지 기대하며 음악을 듣는다.
https://youtu.be/CU9RgI9j7Do?si=LTzHoz2ZRkJr9zG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