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려놓는 소리

가볍다, 편안하다, 평화롭다

by 반짝이는 루작가

몇 번째 알람 소리에 깼는지 모르겠다. 5:35 a.m. 조금은 무거운 몸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평소 같았으면 기상 시간이 한 시간이나 늦어져 초조하고 짜증이 났을 거다. 그래서 늘 리스트에는 올려져 있지만 뒷전이 되는 운동을 포기하고 방에 처박혀 글을 쓰거나 책을 봤을 거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오늘의 복음 말씀을 읽고, 남편에게 쪽지 한 장을 쓰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하고 싶고 해야 할 많은 것들을 제쳐두고 ‘걷기’를 우선순위로 올려놓았다. 내 삶에 제일 중요한 것은 건강이고, 나에게 제일 필요한 힘이 체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독서, 글쓰기, 영어공부, 그림책 등 계획했던 걸 못해도 “I am OK"라고 외치며 나를 토닥여주고 격려해 주는 게 옳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집 근처 공원을 걷던 중 나무들 사이로 난 흙길을 밟았다. 어디선가 토독, 토독 소리가 들리길래 무언가 해서 가만히 들어보니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다. 얼마나 편안하고 평화로웠던지. 내려놓는다는 것은 포기해야 하고, 그래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나뭇잎이 내려앉는 것처럼 가벼울 수 있다는 것을.


오늘은 내 삶에서 해야 할 무언가를 떨어트렸어도 내일은 또 새로운 싹을 틔우며 돋아날 것임을 믿는다. 그렇게 균형을 이루며 ‘나’라는 나무도 단단하고 건강히 자랄 것이라 기대한다.


걸으러 나가길 정말 잘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시 보이는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