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시 보이는 남편

소중하고 귀한 사람

by 반짝이는 루작가
내 인생의 반려자가
나의 든든한 피난처라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 보물을 얻은 것


지난 2박 3일 교구에서 진행한 ‘마리아 어머니학교’ 피정을 다녀왔다. 홍보 글을 보고도 아이들도 어린데 2박은 무슨, 4월에도 자부타임을 가졌던 터라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담당 신부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한창 야근과 회식으로 바빴던 남편은 남편 구실은 해야 한다며 허락해 주었다.


아무 기대 없이, 그저 잠시 쉬다 오자고 갔던 그곳에서 아주 큰 은총을 받았다. 육아에 지치고 남편과 서로 압이 찼던 요즘, 친정엄마와 부딪치는 게 일상인 관계 속에서 나 자신도 제대로 못 찾고 흔들리던 요즘. 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나를 초대해 주신 분은 하느님이셨다.


원가족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먼저 풀고 부부관계를 돌아보는데 내가 얼마나 남편을 피 말리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남편이 말라죽기 전에 피정에 와 성찰할 수 있음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불화 속에서 느꼈던 불안을, 두려움을 포근하게 안아주는 사람이 남편이었는데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든든한 피난처였다.


먼저 하늘나라로 가신 시부모님들께도 남편은 귀하디 귀한 아들이었다. 그동안 그를 함부로 대했던 나의 모든 행동을 진심으로 반성하며 편지를 썼고, 현재까지도 남편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며 잘 지내고 있다.


어제 친구에게서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남편이 이제까지 해온 디지털 마케팅과 관련한 일들을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걸 본 친구가 너무 대단하다고 칭찬해 준 것이다. 나의 내조 덕분은 아니었는데 나까지 으쓱하게 해주는 친구의 말이 고마웠다.


남편을 이제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내 마음이 이렇게 선하게 변하다니. 하느님의 은총이다. 오늘도 서로 이마에 십자성호를 그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도 하느님의 이름으로 당신을 축복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냉장고에 처박아버린 생일케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