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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루작가 Jul 09. 2024

구멍 많은 엄마의 즐거운 영어놀이터

영어를 잘 못하는 영어전공생 엄마의 영어 공부 시작하기

뭔가를 시작하려면 꼭 책상을 다 정리하고 새 메모장과 펜을 마련해 마인드 셋을 하는 사람. 내가 세운 계획에 구호를 붙이거나 이름을 정해 의미부여가 되어야 시작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나다.


7월부터는 다시 영어공부를 하고 싶어 하반기 플랜 우선순위에 공부 계획을 두었다. 마침 한국직업능력진흥원에서 아동영어독서지도사 자격증 수업이 있는 것을 알게 돼 신청도 할 수 있었다. (시온님 감사합니다!)


지난주는 코로나로 인한 컨디션 회복으로 쉬엄쉬엄 보냈다. 여러 가지 영어 학습 플랜 중 놀면서 '아이와 30분 영어로 대화하기'를 해보았다. 순전히 나를 위해서, 내 스피킹을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어머, 버벅버벅 말이 나오지 않는다. "Yeah~", "Right~" 하며 감탄사만 외치는 나. 오 마이 갓!


30년 동안 공부한 영어 성적의 결과가 이 것밖에 안된단 말인가.


공부에 열을 올리는 고모 덕분에 일찍 윤선생 영어 수업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아침에 전화받기 싫어 코드선을 뽑았던 건 비밀ㅎㅎ) 그 덕분인지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영어 수업이 생겼는데, 선생님께서 발음이 좋다고 아이들 앞에서 "Carrot"을 따라 하도록 나를 리더로 세워주셨었다. 나에게 영어의 첫인상은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영어 독서나 영상시청 등 즐거움이 아닌 학습지로만 이어지던 영어공부에 실증을 느끼고, 중학생이 되면서는 아예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았다. 해야 하니까 그저 따라갔을 뿐이고, 영어 등급도 3등급을 넘기지 못했다.


성적에 맞춰 대학교를 들어갔지만, 항상 영어를 잘하고 싶은 목마름이 있었다. 복수 전공으로 영어를 택하고 운이 좋게 교직이수까지 받게 되었다. 몇 년 뒤, 국제학교 보조교사로 일하게 되면서 영어가 더 재밌고 진짜 잘하고 싶었다. 막힘없이 영어가 나오는 유학파 한국 선생님들을 볼 때면 너무 부러웠다.


일은 즐거웠으나 계약이 불안정해 아쉽지만 학교를 그만두고 임용고시를 도전했다. 그러나 진득하게 앉아 공부하는 고시생은 내 스타일의 공부가 아님을 깨닫고 깔끔하게 포기했다. 아이들을 만나고 그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해 아동영어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초등학교 방과후 영어를 가르치고 과외를 하다 보니 모자란 공부가 보였다. 교육대학원에 입학해 열심히 배우고 논문 쓰고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그런 내가. 영어가 이 수준 이 모양인 거다. 하. 


나는 영어를 왜 붙잡고 있지, 그냥 쿨하게 놓을까 하면서도 한 번도 미친듯이(?) 영어 공부를 해본 적이 없어 아쉬울 것 같았다. 그래서 영어만 파려고 온갖 계획을 다 세워놓으면 꼭 수학의 정석처럼 집합만 펼치고 덮어버리듯, 내 문법 책도 맨 앞장 현재완료만 펼쳤다 덮여버리는 새 책이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자꾸만 미련을 갖는 나를 위해 마지막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번에는 즐기면서 공부해 보기로. 계획한 대로 되지 못해 펑크가 나도 그대로 쭉쭉 이어 나가보기로. 내 문법이 엉망이어도 웃으며 아이에게 그냥 무작정 들이밀어보기로. 구멍이 많아도 즐겁게 영어를 배워보기로 말이다.


그래서 내가 있는 곳이 놀이터고, 내가 하는 공부가 놀이라는 생각으로 '구멍 많은 엄마의 즐거운 영어놀이터'라고 이름을 지었다.


이렇게 해야만 시작하는 나. (ㅎㅎ) 부디 작심삼일로 끝나 카테고리가 지워지는 일이 없길 바라며! 야심 차게 스타트를 외친다. 아자!!!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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