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로컬과 창조도시, 기본사회, 집합적 임팩트와의 결합

by 월간 도시문화연구

도시재생, 어디까지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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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은 도시만들기 사업에서 출발해 도시재생특별법이 제정되고, 2017년 도시재생뉴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도시재생이란 이름으로 다양한 사업들이 시도됐다. 물리적 정비뿐 아니라 사회·환경·경제적 활성화를 강조했던 이전 정부의 시도는 꽤 의미가 있었다(어째서인지 ‘문화’라는 말은 특별법에서 덜 다뤄졌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노후계획도시특별법 등 대규모 개발정책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재생 예산이나 방향이 다소 흔들리는 모양새도 감지된다. 재생이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추진 단계에서 축소되거나 조정되는 사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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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중소벤처기업부가 기존 전통시장 위주의 지원을 넘어, 창의적인 소상공인을 ‘로컬크리에이터’라는 이름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건 꽤 흥미로운 변화였다. 전통시장은 오래된 상권을 유지·보호하는 성격이 강하지만,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은 ‘새롭고 창의적인’ 모델을 발굴·육성한다는 점에서 도시재생과 맞물릴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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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목이나 빈 건물을 개조해 지역 특산물이나 문화 요소를 접목한다면 도시재생에서 말하는 ‘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국토부(+지자체)의 도시재생사업과 중기부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이 자연스럽게 만난다면 재생 공간에 새 콘텐츠가 입혀지고 지역민들은 새로운 일자리나 문화적 경험을 얻게 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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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처 간 평가체계나 예산 구조가 달라 ‘거버넌스’가 제대로 서지 않으면 뜻대로 시너지가 나기 어려운 상황도 많았다. 여전히 도시재생은 주거환경·공간정비·공동체 활성화 등 큰 틀을 다루고 로컬크리에이터 지원은 소규모 창업자를 돕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둘 사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전문 조직이나 인력이 부족하면 공백이 생겼다.


중기부의 사업인 로컬콘텐츠 중점대학의 경우에도 교육부의 컨트롤을 따르고 회계일정과 교무일정이 다름에도 중기부(+소진공)의 회계일정에 따라 사업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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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도시재생의 역할과 방향을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여기엔 최근 주목받는 ‘슈링킹 시티(Shrinking City)’ 개념도 빼놓을 수 없다.


슈링킹 시티란 인구가 지속해서 줄고, 경제가 쇠퇴하고 빈집과 빈 상가가 늘어나면서 도시 규모가 축소되는 현상을 겪는 도시를 말한다. 미국 디트로이트나 독일의 라이프치히처럼 탈산업화 이후 도시가 빠르게 쇠퇴해 인구가 대거 이탈한 사례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도시들은 이제 ‘인구 증가’라는 기존의 낙관론적 가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축소 안정화(Right-sizing) 전략이 필요하고 ‘남아 있는 주민들의 삶의 질과 커뮤니티’를 어떻게 지킬 것이냐가 핵심 과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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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창조도시 전략이 완전히 무용한 건 아니다. 멜버른이나 후쿠오카처럼 창의산업을 육성해 젊은 인구를 끌어들이는 접근은 여전히 인구 유입 가능성이나 문화·경제적 인프라가 갖춰진 도시에서는 유효하다. 하지만 인구 감소가 고착화된 도시의 경우 다른 방식으로 ‘창조’를 접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디트로이트가 빈 건물을 예술 스튜디오나 커뮤니티 행사장으로 리노베이션해 문화적 활력을 되살린 것처럼, 슈링킹 시티도 남아 있는 유휴공간을 ‘창의적 실험’ 장소로 바꿔볼 수 있다. 이것이 완전한 ‘성장’으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지역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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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요즘엔 ‘기본사회’ 개념이 다시 부각되는데 이 역시 슈링킹 시티 문제 해결과 맞닿아 있다. 인구가 빠지고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어르신 돌봄이나 저소득층 지원 같은 기본생활 보장이 더 중요해진다. 단순히 외지인 불러오겠다는 전략만으로는 공동체가 유지되지 못한다. 기본사회의 관점에서는 돌봄·복지·주거 안정을 도시재생 과정에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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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도시재생, 슈링킹 시티, 창조도시, 기본사회를 어떻게 합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쇠퇴지역이라도 남아 있는 주민과 예술가·창업가·시민단체·지자체가 함께 ‘집합적 임팩트(Collective Impact)’를 만들어내면 작지만 강력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한두 부처가 재생 예산을 투입하는 것보다 훨씬 더 협력적이고 다학제적인 접근이다.


예를 들어 빈집을 리모델링하여 커뮤니티 돌봄 센터를 만들면서 동시에 예술가의 작업실 겸 마을 축제 공간을 겸하도록 하거나 로컬창업자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창업 기회를 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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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지난 19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미래세대 비전 및 중장기 전략’ 문건도 흥미롭게 연결된다. 그 문건에서는 저성장과 구조적 문제 속에서도 혁신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인구구조 변화·신산업·노동시장·저탄소 전환 같은 부분을 아우르는 중장기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 중 하나가 ‘디지털 전환(DX)’이다.


디지털 전환의 핵심은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를 제대로 관리·자산화(DAM) 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거다. 해외에서는 데이터 기반 DX가 2~3년 안에 빠르게 추진되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정부 차원의 ‘디지털플랫폼정부’ 구상이나 AI·빅데이터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골든타임이 길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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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와 도시재생, 슈링킹 시티, 창조도시, 기본사회는 제법 밀접하다고 할 수 있다. 지역의 빈집과 빈 공간 현황, 주민 인구구조, 경제활동 지표, 관광객 유동 정보 같은 것들을 ‘데이터’로 통합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생 전략이나 창업 지원을 하면 훨씬 효율적인 정책 수행이 가능해진다. 나아가 지역민과 로컬창업자·예술가가 함께 참여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협업 프로젝트를 만드는 식으로 ‘집합적 임팩트’를 실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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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요한 건 다양한 학제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계획적으로는 슈링킹 시티라면 어떤 구역을 축소할지 어떤 구역을 전략적으로 살릴지(Right-sizing)를 결정해야 하고, 사회학적으로는 주민들의 커뮤니티 유대와 약자 배려가 핵심이 된다. 행정학 관점에선 부처 간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해 각종 예산과 사업을 조율할지 고민해야 한다. 경제학에선 투자 대비 성과를 분석해야 하고, 심리학과 문화예술의 관점에서는 쇠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상실감과 불안감을 문화·예술 프로젝트로 어떻게 치유할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정보·통계학 측면에서 DX를 통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덧붙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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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건 이런 종합적 논의에서도 여전히 “사람이 남느냐”라는 문제이다. 로컬크리에이터가 도시재생에 기여한다고 해도 무작정 임대료가 오르면 정작 그들도 쫓겨나고 기존 주민도 돌아서게 된다(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 슈링킹 시티에서 무리하게 외부 인구를 유치하려 해도 기본 생활이나 돌봄 체계가 부실하면 정착하기 어렵다. 디지털 전환도 마찬가지다. 데이터와 기술만 강조하다 보면 대기업이나 일부 행정조직만 득을 보고 취약계층은 혜택에서 배제될 수 있다. 혹은 기존 스마트도시 정책에서의 지적에서처럼 기술만 강조되고 실제 지역의 문제가 고려되지 않는 것이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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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기본사회’라는 관점에서 누군가 소외되지 않는 지원 체계와 사회안전망을 깔아 두면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시도(창조도시 전략, 로컬크리에이터 지원, 디지털 전환 등)를 병행해야 한다. 이걸 지속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뿐 아니라 민간과 지역사회가 함께 ‘집합적 임팩트’를 만들어가는 과정일 것이다. 도시재생지원센터, 중간지원조직, 주민 협의회, 예술가 네트워크,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등이 서로 연계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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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도시재생은 ‘단순 사업’이 아니라 슈링킹 시티에선 어떻게 축소할지를, 성장 가능성이 남은 도시에서는 어떻게 창조성을 확장할지를, 모든 도시에서는 어떻게 기본사회적 요소(돌봄·주거·복지)를 강화할지를 함께 그리는 통합적 프레임이 돼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기획재정부 문건에서 말한 중장기 전략(인구·노동·혁신·저탄소)과 디지털 전환을 접목하는 게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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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쌓인 도시재생 경험이 전혀 무의미한 건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그 시행착오 속에서 ‘무엇이 안 됐고, 무엇이 필요했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성과와 경험을 정리하는 작업이 안 되었을 뿐.


로컬크리에이터, 예술가, 주민이 함께 부딪히면서 만든 작은 성과들이 앞으로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이제부터는 이 다양한 키워드(도시재생·슈링킹 시티·창조도시·기본사회·디지털혁신·집합적 임팩트)를 다학제적·종합적으로 연결하고, 각 도시 상황에 맞게 장기적인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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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앞으로의 도시재생은 단순히 ‘낡은 공간에 새 간판을 달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방식’으로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대신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모색해 볼 만하다.


1. 인구 축소를 전제한 계획적 관리(Right-sizing)

: 인구가 늘지 않는 지역은 공실·빈집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남은 공간에 ‘창조적 활용’을 유도할 방법을 설계해야 한다.

기본사회 관점을 결합해 주민 돌봄·주거 안정·공공서비스를 핵심에 두고 도시 구조를 재편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창조도시 전략과 디지털 전환(DX)의 결합

: 쇠퇴하는 도시일수록 남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절실하다.

로컬크리에이터나 예술가들의 아이디어와 디지털 기술을 합쳐 소규모지만 영향력 있는 ‘집합적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


3. 다학제적 협업과 거버넌스 강화

: 도시재생은 도시계획+건축+경제+복지+문화+디지털기술 등 다양한 분야가 얽혀 있다. 기존 부처나 사업 단위로는 해결이 어렵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간, 주민, 전문가가 장기적 비전을 공유하고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는 실행 조직과 거버넌스를 마련해야 한다.


4. 주민의 삶과 공동체 회복을 최우선

: 재생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유지·돌봄·참여시킬 것인가’라는 문제에서 출발해야 외부 관광객이나 투자자 중심의 잠깐 반짝 상권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 수 있다.

약자를 배려하고 세대 간 연대와 협동을 유도하는 정책적·사회적 장치가 함께 뒤따라야 한다.



5. 장기적 로드맵과 탄력적 예산

: 도시재생은 단발성 예산으로 끝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최소 5년,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예산과 인력을 안정적으로 투입해야 성과가 나타난다.

기획재정부 문건에서 제시된 중장기 전략과 맞물려, 쉬링킹 시티, 창조도시, 기본사회, DX를 동시에 고려하는 일관된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렇게 볼 때, 도시재생은 여전히 유효한 미래 전략이지만 이전처럼 ‘개발사업의 틈새’ 정도로 머무르면 안 된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이제는 도시가 어떤 규모와 형태로 지속될지, 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보장될지를 함께 고민하며 디지털 전환과 기본사회의 개념까지 포괄해야 한다.


결국 도시재생이란 과제는 “다음 세대에게 어떤 도시를 물려줄 것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있다. 그리고 그 답은, 사람과 공동체를 중심에 두되, 기술과 창조적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해 줄어드는 공간마저 기회의 장으로 바꾸는 포용적이고 혁신적인 재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