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꿈 이야기

by deep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는 한 아이가 절뚝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아이의 행색은 매우 초라해서 붉고 푸른 천들을 애써 걸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한쪽 팔 끝은 뭉뚝한 것이 팔꿈치 아래가 비어있는 듯했다. 또 키는 얼마나 작은지, 그나마도 짝짝이인 다리 때문에 절로 절뚝거릴 수밖에 없는 모양새였다.

DALL·E 2022-11-22 17.40.46 - The one-armed child of the East was so shabby that he was only wearing red and blue cloth. oil painting.png

그 아이가 걸어가는 곳은 황량한 산길 중이었는데 길을 가다 보니 제법 모양새를 갖춘 대문 달린 집이 보였다. 아이는 밥이라도 빌어먹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잠잘 곳이 필요했는지 열린 대문 사이를 통해 집 안에 들어섰다. 하지만 아이가 들어서자마자 웬 불한당들이 들이닥쳤다. 그 불한당들은 초라한 행색의 아이를 한 껏 비웃으며 농락하고 그 집 안의 사람들도 몹시 못살게 괴롭혔다.


시간이 조금 흘러 아이에게 시선이 뜸해질 무렵 아이는 조용히 문을 빠져나와 지나던 광부에게 삽을 빌렸다. 그 사이 다리라도 다친 것인지 아이는 더 심하게 절뚝이게 된 다리를 삽에 의지하며 근처 새로이 연 사교(邪敎)의 절로 향했다. 절에 도착하니 사교의 수행자들이 보였다. 그들은 근방에 없던 새로운 종교를 퍼뜨릴 요량으로 이곳에 절을 지었는데 조그마한 꼬마 아이가 삽에 기대어 다가오니 이를 이상하게 여겨 아이를 절 안으로 데려갔다.


절 안에 들어선 아이는 그들에게 그간의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도움을 구했다. 그러자 그들이 물었다. "우리가 왜 너를 도와 그들을 구해야 하느냐?" 아이는 곧바로 대답했다. "우리나라는 모두 배후교(背后敎)를 믿으며 배후교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계곡 사이사이 마을이 위치하고 있는데, 누구도 그 사이를 건너려 하지 않으며 왕이 계신 곳을 배후교의 가르침에 따라 등지고 한 곳 만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혹 계곡을 건너는 자가 있더라도 그를 '광부'라 칭하고 무시하며 대화조차 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런 때에 당신들의 종교에서 소중히 여기는 코끼리들이 이 나라에서 번성케 하기 위해서는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이 계곡에서 사람들이 모두 죽어 없어지면 당신들이 시범 삼아 베풀어 퍼뜨리려던 좋은 사교의 뜻이 사라지지 않겠습니까? 그리하면 당신들이 돌보던 코끼리들도 모두 어디론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부디 아량을 베풀어 그들을 구해주십시오." 하자 그들은 아이의 말이 옳다 여기고 아이를 도와주기로 하였다.


아이가 그들을 이끌고 돌아와 모두를 구해내자 집주인의 딸로 보이는 아이가 뛰쳐나와 그 아이의 멱살을 잡으며 소리쳤다. '당장 나가!' 그러자 아이는 앞서의 자초지종들을 담담히 이야기하더니 당신들을 구한 것은 자신이라고 말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