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길. 너를 사랑한다!!
모든 동물 가운데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생명체는 인간뿐이다. 인간은 삶의 의미를 묻고, 왜 살고 왜 죽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한다. 인간은 스스로 자기 삶을 끝낼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 유일한 존재다.
自殺 목숨을 스스로 끊어서 죽음. 나는 자라면서 자살이라는 단어에 대해 두 가지가 항상 궁금했었다.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이라면 스스로 자신의 목숨에 대한 결정권도 가지는 것 아닐까?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 하늘에서 벌을 받을까? 의 질문을 끊임없이 했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할수록 마음 한구석에서 이상하게 슬픈 마음이 같이 떠올랐다. 내가 지금 당장 죽기로 결심한 것도 아닌데 슬퍼할 가족들의 얼굴과 나의 선택을 원망할 친구들의 마음들이 떠올라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보이지 않는 응원에 힘입어 마음이 단단한 어른이 되었다.
어둠에 빠졌을 땐 잡아줄 팔이 필요해. “걱정하지마. 다 잘 될거야!”라고 말해 줄 사람이 필요하지. 혼자라면 스스로를 안아 주려고 노력해야 해.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는 시기는 늘 혼란스럽다.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이 없다. 하지만 삶의 단단한 뿌리를 내리는 그 시기에 흔들리는 자신을 누군가가 꼭 붙잡아주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아프지만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읽은 이번 책은 성장하지 못한 채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열아홉 살 친구의 이야기다.
글을 읽는 내내 슬펐다. 주인공이 쓴 대략 50편의 일기를 읽는 동안 외로움에 힘들어하는 감정이 나에게도 이입이 되었기 때문이다. 생물 공부를 너무 좋아하는 주인공은 눈먼 물고기, 거북이의 삶을 궁금해하며 자신의 외로움을 그들에게 투영시켰다.
교배 후 떠나버린 바다거북이의 수컷 이야기를 통해 주인공은 떠나간 아버지를 생각했고, 눈먼 물고기들의 삶을 통해 그곳에서의 삶이 괜찮은지 궁금해했다. 직접적으로 일기에 쓰여있지 않지만 아빠 없이 자라는 것의 외로움, 13살 생일 더 이상 크고 싶지 않다는 아이의 말에서 아버지의 부재가 주인공에게는 너무나 큰 상실이자 두려움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5월 11일 03:42
정원에 노루 가족, 어미와 새끼 두 마리.
자두 나무 그늘 아래서 풀을 뜯다가 다른 집 정원으로 넘어간다.
피오르에 배가 한 척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 그만 써야겠다.
‘이제 그만 써야겠다.’라는 마지막 문구를 읽는데 마음 한 구석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 들면서 눈물이 쉼 없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결정하지 않길.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고. 잊지 말라고, 외로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죽음 후 엄마, 첫 번째 아빠, 두 번째 아빠, 여자 친구였던 시리, 친구들의 글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주인공은 알고 있었을까?
죽음을 선택한 자녀의 장례식장에서 마음 찢어지며 죄책감을 갖고 있는 부모의 마음을.
너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너의 삶을 나의 삶과 동일시했던 여자 친구의 삶을.
혼자 외롭게 죽어갔을 친구의 장례식을 보며 친구들은 얼마나 자책했을지. ‘혹시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을 방해할까 연락하지 않은 친구들은 차라리 귀찮게 할걸. 정말 너무 귀찮아서 연락하지 않을 수 없게 할걸.’이라고 말이다.
미셰, 우린 살아야 해. 다른 사람들뿐 아니라 너도! 어떻게 그걸 잊어버릴 수 있어? 왜 더 살고 싶지 않았지? 무슨 생각을 한 거야? 나와 이야기하지 못할 게 도대체 뭐였어? 어떤 필름이 네 머릿속에서 돌아간 거야? 이런 질문을 하루에 수천 번도 더 던진다. 하지만 내가 가장 원하는 건, 네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야.
토레가
지금 삶이 너무 힘겨운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다.
“마음 깊이 네가 느낄 수 있도록 사랑을 전하기 위해 노력할게. 존재해줘서 너무 고마워. 열심히 삶을 살아가고 있는 너를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