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경제학이 명품을 사는 것을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

야성적 충동

by 맨북

전날 맞춰놓은 알람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나 핸드폰을 열면 인터넷에서는 수많은 경제 뉴스가 쏟아진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몇 퍼센트 상승했는지 미국 대법원의 상호 관세 위법 판결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 경제학자가 분석한 결과물들이 스크린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전달된다. 하지만 그들은 현실 경제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인 사람들이 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지 소수계의 빈곤이 왜 지속적으로 대물림 되는지는 설명해 주지 못한다. 이에 관해 조지 애컬로프와 로버트 쉴러 교수는 야성적 충동이라는 책을 출판하여 표준 경제학이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이 무엇인지 인간의 비이성적인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냄으로써 경제학의 영역을 보다 넓은 공간으로 확장해 냈다. 1776년 영국에서는 경제학의 초석을 다진 저서로 평가되는 국부론이 애덤 스미스에 의해서 세상에 발간되었다. 그의 핵심적인 논거인 보이지 않는 손은 경제학을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본 유명한 개념으로 각 개인이 이기심에 따라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결코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것이 아닌 오히려 공공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개인의 합리적인 경제활동을 추구하는 의미를 담은 용어인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새롭게 정립되었고, 경제학에서의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경제학의 공리로 여겨졌던 합리적인 인간에 관한 가정은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아 한 인간에 의해서 새롭게 수정되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그는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이라는 이 위대한 책을 통해서 인간의 경제적인 활동의 비합리성을 제기했다. “우리의 적극적인 행동 가운데 많은 부분이 수학적 예상에 의존하기보다는 내발적인 낙관주의에 의존한다는 인간 본성으로 인한 불안정성도 있다.” 케인스는 기업가가 투자 전망을 추정할 때 수학적인 계산보단 미래에 관한 낙관적인 기대로 좌우된다고 파악하였다. 케인스에 야성적 충동의 관점을 이어받은 두 저자들은 이 요소가 다른 경제적인 상황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독자들에게 설명한다. 표준 경제학에서의 고용주는 높은 생산성 또는 기술이 뛰어난 근로자를 선호하고 거기에 맞는 임금이 측정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효율성 임금 이론은 고용주가 시장에서 결정되는 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 높은 임금은 근로자의 근로 의욕과 생산성의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한마디로 말하면 생산성이 임금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높은 임금이 높은 생산성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또한 두 저자들은 높은 임금을 유지하는 효율성 임금 이론에 의해서 기존의 노동자들은 이직의 감소 그리고 이로 인한 비자발적인 실업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았다. 이와 같이 책에서는 합리적이지 못한 경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에 관해서 인간의 심리적인 요인에 바탕을 두었고, 저자들은 심도 있는 통찰을 발휘해 주장을 이어 나간다. 표준 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비싼 명품을 구매하는 것을 희소성과 같은 문제로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스타인 베블런이 말했듯이 “가치 있는 재화들을 과시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유한계급이 명성을 얻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라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될 여지는 없다. 왜냐하면 소비의 목적이 효용의 방편이 아닌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것이라면 가격과 무관한 소비 활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는 베블런이 지적했듯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명성을 얻고자 하는 인간의 비합리적인 욕망에 그 기저를 두고 있다. 따라서 명품은 비이성적인 심리의 산물이며 그 산물은 수많은 사람의 비이성적인 심리를 자극한다. 어쩌면 명품을 사기 위한 줄은 이러한 경제적인 의미를 담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명품 소비자들을 케인스학파의 일원으로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약간의 웃픈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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