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싫다
나는 골목이나 동네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어린이는 아니었다.
여자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고무줄놀이를 하느라 땀을 뻘뻘 흘려본 기억도 없다.
발목 높이에서 시작된 고무줄놀이가 무릎 정도쯤 올라오면 ”아 난 그럼 여기서 이만. 집에 갈래 ‘ 라며 빠져나왔다.
어차피 신나게 같이 폴짝거리지 않을 나 같은 친구는 일찍 놀이에서 빠져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남 남대문을 열어라
12시가 되면은 문을 닫는다
두 손을 맞잡고 팔을 높이 든 친구들이 만든 아치형 터널 아래를 한 줄로 빙빙 돌면서 저 노래를 부르다가 노래가 끝났을 때 두 손을 맞잡았던 두 아이가 팔을 아래로 확 내리면서 빙빙 돌던 아이 하나를 양팔 안에 가둔다.
이 놀이를 글로 설명을 하는 중에도 가슴이 간질간질하다.
이 놀이가 정말 싫었다. 지금도 싫다.
친구들의 팔 안에 갇히기 싫다는 불안과 공포(?)
예측할 수 없는 박자와 패턴 (아이들은 노래를 느리게 부르기도 하고 빠르게 부르기도 하면서 점찍어둔 누군가가 노래의 맨 끝에 걸리도록 조절하니까)
머리를 조금 숙이고 어깨도 구부정하게 움츠린 다소 안 멋진 몸짓으로 뱅뱅 도는 안 재미있는 놀이.
차라리.
10살 어린애의 온갖 지략과 고심, 그리고 결정과 배짱을 녹여내는 ‘부루마블’ 은 5시간을 해도 지치지 않았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 동동 동대문 남남 남대문놀이가
인간의 고뇌와 부조리 그리고 매일매일 세상살이의 힘겨움과 똑!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서 어느 타이밍에 나에게 떨어질 날벼락을 예측해지 못해서 혹은 그걸 예측해 보려고 바둥바둥 거리는 반백살도 넘은 내가 아직도 어린애 같아서.
덩달아 이 놀이가 싫다.
이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