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우리 집에 씨디 없냐고
뭐? 남편은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고 대답했다.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이거, 이거 음악 시디 돌리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나는 또 물었다.
나는 당황하고 있었다. 충동적으로 구입한 시디를 돌릴수가 없어서 당황했다. 진심.
한 달 뒤, 11월에 임윤찬의 연주회에 갈 예정인 나는 미리미리 공부를 하고 연주회에 가서 그의 연주를 충분히 즐기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집안 어디에서도 그의 음악 시디를 돌릴 방법이 없었다.
3년 전 이사한 후 풀지 않은 박스부터 서랍 하나하나를 다 뒤져 보았지만 그 알량한 시디 플레이어 하나가 나오질 않았다. 진정 우리 집에서는 시디를 돌릴 수 없단 말인가!
남편은 황당해했다.
집안 곳곳에 포진된 블루투스 스피커만해도 몇 개이며 노이즈 캔슬링이 장착된 헤드폰 이어폰이 몇 개인데. 갑자기 시디, 정확히 시디 플레이어를 찾으며 광분(?)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황당해했다.
아! 랩탑! 거기에 시디 못 넣나?
이 말을 내뱉자마자 후회했다. 내가 치매가 아니고서야.30년 전쯤 사용하던 삼보컴퓨터를 생각하고 저런 말을 한 건지. 아휴. 당황하다 보니 헛소리가 나왔다.
집에 데스크탑도 없는 2024년, 식구들 각자 얇디얇은 맥북을 사용하고 있으면서 무슨 시디 타령을.
차! 차에 있다!
2015년형 현대차.
우리 차에 시디 플레이어가 있다는 기억이 났다. 이 차를 운전하는 첫날부터 지금까지 시디를 슬랏에 넣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내가 이 차에서 음악을 듣는 방법은 언제나 블루투스 연결만이 유일한 작동 방식이었던 것이다.
임윤찬의 시디에 별 감흥도 없는 남편을 굳이 끌고 차에 탔다. 플레이어에 시디를 넣었다. 음악이 나온다.
아아 감동이야. 세상에. 마음에 평화가 오네. 이게 시디로 듣는 거랑 음원으로 듣는 거랑 기분이 또 조금 다르거든.
대관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남편이 내 옆자리에 앉아 가만히 음악을 듣고 있었다.
묵묵히 내 소란을 받아준 그가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