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 of daiv.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 허인
연희동에서 애드테크 기업 몰로코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허인을 만났다. 회사에 다닌 지 3년 차.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다고 느낀다. 애드테크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생태계이고, 광고 하나가 노출되기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방대하다. “아직도 이걸 모르다니”라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지만, 낯선 문제를 하나씩 헤쳐 나가며 얻는 성취감이 그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한때는 혼자만 먼저 사회에 던져진 것 같아 친구들을 부러워하던 서툰 사회 초년생이었지만, 이제는 월급날의 기쁨을 즐기고 훗날 세계여행을 꿈꾸는 당당한 직장인이 되었다. 찰나의 순간을 분석해 비즈니스의 가치를 높이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허인이 들려주는 광고 생태계 이야기 속으로 빠져보자.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현재 애드테크 회사 몰로코의 데이터 사이언티스 팀에서 일하고 있다. 주로 광고 성과를 분석하고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일을 한다.
전공이 통계다. 이 일을 하게 된 이유는.
학부에서 통계학과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 했다. 두 학과의 시너지가 가장 극대화될 수 있는 분야가 데이터 사이언스라고 생각했다. 몰로코에서 인턴을 하며 광고 업계에 흥미가 생겼고, 자연스럽게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광고 업계를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다. Google 부트캠프를 통해 여러 기업을 접했을 때 몰로코를 무척 인상 깊게 보았고, 가고 싶은 회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당시 후보지로 구글과 넷플릭스도 고민했었는데, 구글은 업계 최고라는 점, 넷플릭스는 OTT 회사로서 다루는 데이터가 흥미로울 것 같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전공에서 공부했던 것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도움되는지.
사실 회사에서 일할 때 전문적인 통계 지식을 쓰려고 하는 것을 지양한다. 이전에 관련된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또한 통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데이터사이언티스트 부서가 별도로 존재하기도 한다.
그래서 주 업무인 캠페인 성과 분석에는 기본적인 통계 기법 위주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공 지식이 아깝지는 않다. 사소한 수치를 결정하더라도 기초적인 통계 기법을 뒷받침하면 설득력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캠페인 예를 들어달라.
카카오톡 상단에 뜨는 배너 광고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우리는 직접 광고 이미지를 제작하는 기획사라기보다, 광고가 적시에 적절한 사용자에게 노출되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클라이언트가 특정한 광고 목표를 세웠을 때,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다.
광고가 노출되는 과정이 실시간 경매(Bidding) 방식이라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나?
사용자가 앱을 켜는 순간, 카카오처럼 광고 지면을 가진 매체가 경매를 시작한다. 이때 몰로코와 같은 DSP(Demand Side Platform)들이 각자의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입찰 경쟁을 벌인다. 이 모든 과정은 머신러닝을 통해 0.1초도 안 되는 찰나에 이루어진다. 수만 개의 기업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곳의 광고가 사용자에게 노출되는 구조다. 우리는 광고를 직접 만들기보다, 머신러닝을 통해 최적의 타이밍에 최적의 광고를 내보내 사용자의 유입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다른 회사들과 입찰 경쟁을 하다 보면, 비딩에서 계속 실패하는 경우도 생기지 않나?
당연히 실패할 수 있다. 비딩에서 졌다면 왜 졌는지, 성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하는 것도 사후 분석의 핵심이다. 단순히 높은 금액을 써내면 이기겠지만, 클라이언트의 예산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무조건 높은 입찰가를 부를 수는 없다. 이 균형을 잘 잡는 것이 머신러닝의 역할이다.
졸업하자마자 빠르게 취업에 성공했다. 원래 취업을 하고 싶었나.
원래 바로 취업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인턴을 하면서 팀에서 인턴 전환을 결정했다. 온보딩 때 전환형 인턴인 줄 모르고 들어갔는데, 전환형이었다고 안내 받았다.
데이터를 많이 다루다보며 실수할 수 있다. 일하면서 크게 실수한 기억이 있나?
이해관계자들에게 특정 조건에 맞는 알람을 보내는 작업을 할 때였다. 원래는 '특정 날짜 이후 생성된 티켓'에만 알람이 가도록 조건을 걸었어야 했는데, 실수로 그 조건을 누락해버렸다. 그 바람에 매니저의 상사분에게까지 수많은 알람이 쏟아졌고, 급히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공지방에 사과 메시지를 올리며 상황을 수습해야 했다. 당시에는 정말 식겁했던 기억이 난다.
해프닝을 겪은 뒤로 어떤 심경의 변화가 좀 있었나요?
그 이후로 일종의 강박이 생긴 것 같다. 불안한 마음에 내가 쓴 쿼리를 보고 또 본다. 특히 처음 보는 데이터셋을 접할 때는 두려움이 더 커지기도 한다. 내가 검증한 데이터상에서는 문제가 없더라도, 제품이나 특정 도메인을 더 잘 아는 분들이 직감적으로 이상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택을 하고 있다. 여가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나.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OTT를 주로 본다. 최근에는 <트리거> 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보고 있다.
돈을 벌고 나서 가장 달라진 게 있다면?
월급날이 좋다(웃음). 기분 좋게 주변에 밥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그 외에 아주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
사회에 나서기 전에 걱정한 것이 있었나.
특별한 걱정은 없었다. 다만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시기는 있었다. 다들 학생인데 나만 돈을 번다는 사실이 왠지 억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웃음). 그럼에도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를 진심으로 바라왔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생긴 꿈이 있다면?
걱정 없이 전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 아직 계획은 없다. 은퇴를 한다면 시간은 오히려 충분히 낼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조기 은퇴를 하려면 돈이 아주 많아야 할 텐데 아직 자본이 부족하다. 언젠가는 갈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세계여행을 가기 위해 돈을 모으는 과정이라고 해두겠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