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에게 말 걸기

by Om asatoma

누구에게 말을 건네는 것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마흔 해 넘게 살면서

누구에게도 말 걸지 않은 것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줄 마음이 없어서였다

그의 이야기를 담을 주머니가 없어서였다


이제 겨우

타인의 삶과 역사가 궁금해졌는데

심지어 삶의 농도와 채도가 같아서

한때의 나를 보는 것도 같은데

직업적 가치관과 사회를 보는 눈과

예술로 내면을 풀어내려는 시도도 같은데


하필이면 그가 총각이라서


말을 건네기도 미안한 죄스러움이

시간의 허비로 느낄까 하는 두려움이

어찌할 수도 없다는 무력감이

누가 봐도 아줌마면서

오해하면 어쩌나 하는 남사스러움이


무엇으로도 설정되지 않은 관계 위에 표류하고 있다


말 걸어오는 아줌마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 전혀 알 수 없지만

그러나

오월의 향내는 짙기만 하고

노크 소리는 선명하고

커피 맛은 진하고

밤은 길고

그렇게 내일을 기다리고

우리의 언젠가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슬쩍 기대하고

기대하다 질끈 고개를 젓고

그러기를 반복하

결국은 제자리에서

스스로 민망한 웃음만.











매거진의 이전글당신의 목소리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