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희이모

by Om asatoma


막내아들 하나를 위해 태어난 다섯 자매 가운데

넷째 딸,


아들이 아니라 딸이어서 죄인으로 태어난 자매들 중에

가장 못 배운 그래서 글도 모르는 말희 이모를

사람들은 무시했다


저도 글 배운 지 얼마 안 된 아이는

그런 이모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싶어 했고

이모는 자꾸만 잊어버렸다


대가족으로 살을 부대끼며 사는 일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으며

글도 모르고, 그래서 자신감 없는 모습이 어리숙해 보이는

사회로 나갈 기회를 갖지 못한 말희 이모가 겪어내야 하는 시간이, 삶이.

어린아이에게 너무나 생생히 보였다


이모가 선택한 삶이 아님에도 견뎌야 하는 그 무게가

꽤 무겁다는 것을

그리고 시간이 흘러도 특별히 나아질 것이 없어 보이는 그 삶이 어린 가슴에 훅 들어와 버렸다

삶이란 저런 거구나

태어나기도 전부터 결정되어있는 것이구나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거구나


아직도 그 동네를 떠나지 못하고

모아둔 폐지가 쌓여있는 이모 집 문 앞에

갓 담은 김치를 놓고 돌아오는 길


오랜만에 옛날 생각이 났다

어린아이가 이모의 삶을 짐작하지도 못했더라면

천진한 모습으로 파란 나라만 꿈꾸지 않았을까

나는 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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