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이별유예, 일주일

by Om asatoma

영화에 제가 작사한 노래가 쓰인다고,

음원 사용승인서가 필요다고.


그 곡을 작사한지는 10년이 지났는데,

그가 작곡하고 내가 작사해서,

그리고 때로 그 곡이 이렇게 드라마나 영화에 쓰여서

아직도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 무척 감사해요.


그는,

제 청춘의 꿈같은 시간을 선물해준 사람이예요.

삶 전체를 두고서도 그를 만난 잠깐의 시간이 가장 즐거웠어요.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서울에서 음악을 만들고 있었고

지방에서 대학원 과정에 있을 때였어요.



어느 겨울, 스팅의 공연장에서 옆좌석에 앉게 되어서,

각자 일행 없이 혼자 관람하다가,

인사를 나누고,

오늘에 이르렀네요.


여전히 그는 드라마 음악을 만들고

저는 전공으로 일을 하고 있고요.



서울과 이 지역을 오가며

몇 년간 만난 횟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그렇게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구나를 처음으로 경험해봤어요.


마주 앉아 근황을 나누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꿈을 나누는 게 전부였지만


그 순간의 시간과 공간,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정지된 것 같았고, 얼굴의 근육이 얼얼해질 만큼 웃었어요.


반짝거리던 그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요.


서로의 상대에 대한 완전한 몰입의 순간..

그리고 저 스스로도 자신에 대해 집중할 수 있었던 유일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

쉼의 시간,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는 시간.


흐리기만 하던 이십 대의 가장 큰 선물 같은 시간.




작사의 기회는 그가 제게 준 선물 같은 거였어요.

제가 특별히 잘해서가 아니라..

결혼을 하고 나서 기회를 줬으므로

지금 돌이켜보니 이별의 선물 같은 게 아닐까 생각되는.



그리고 저는 그의 곡에,

그에 대한 마음을 담았어요.

처음 만났던 날을 회상하며, 다시 만나고 싶다는.

손을 잡은 적도 없으면서

글 속에서는 손을 잡고 설렌 것으로,


그런데 그 후로는 만날 수 없었죠..




그는 아주 특별한 사람이었어요.

그가 제 앞에 나타난 시간도, 함께 보낸 시간도,

제 인생에서의 의미도.


별처럼 반짝이는,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시간,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었던 시간,



멈춰 서서 뒤돌아보아도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없는데

유일하게 잠시라도 다녀오고 싶은 시간이에요.



그의 앞에 잠시만 앉아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아주 잠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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