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함께 흘러가는 음악과 우리의 이야기
기분 좋게 따뜻한 봄햇살이 반짝이고, 아직은 쌀쌀하지만 시원한 봄바람 살랑이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시끄럽지 않은 정겨운 소리,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잔잔하고 따뜻한 음악.
내가 요새 정말 좋아하는 순간이다.
어떤 상황일 때 그 순간에 딱 맞는 음악을 튼 순간, 내 주위의 모든 것들이 음악으로 연결되며 통일되는 느낌을 느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완벽한 순간의 정점을 음악이 갈무리하는 느낌. 나는 이걸 TPO(Time, Place, Occasion 상황에 맞는 것을 지칭하는 신조어)에 맞는 음악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TPO에 맞는 음악을 딱 찾아내 튼 순간은 내가 정말 사랑하는 완벽한 순간이다. 그저 음악 하나만 추가된 것뿐인데, 내가 느끼는 순간의 만족도는 그저 한 가지(음악)가 추가된 것 이상의 완성도와 만족도를 나에게 준다. 바로 이전 순간과 지금의 순간이 달라진다. 더 감성적이고, 더 행복하고, 더 완벽해진다.
우리의 일상 어디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음악은 이 처럼 묘한 힘이 있다. 유연하지만 강렬한 무언의 힘.
다 같이 듣기만 해도 사람들을 단결시키는 힘이 있는 음악이 있고,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음악도 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완벽하게 형용할 수 없는 그 힘이 음악에게는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음악'의 모호한 영향력에 대해 집요하게 파헤치며, 우리의 삶 속 음악이 우리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과학적인 사례들로 보여주고 설명해준다.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우리 삶 속의 음악을 다루기 때문이다. 음악에 관련된 글이라 하면 음악에 대한 지식이 출중한 전문가가 내가 모르는 단어들을 사용하며 '음악'자체를 분석하는 것이 예상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음악만이 아닌 음악과 삶의 '상관관계'에 집중한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을 때가 있지 않은가. "음악 때문에 집중이 잘 되나?, 음악을 들으면 머리가 좋아지는 걸까? 왜 음악을 들으면 스트레스가 풀리지?"와 같은 일상에서 누구나 접하는 음악의 영향력에 대한 현상을 보다 과학적인 사례로 분석하고 설명해준다.
심지어 통 크게도 사람의 배 속 시절부터 노년까지 우리의 인생을 관통하는 음악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다룬다. 실질적인 사례를 통해 알게 되는 음악의 영향력에 대한 다양한 추론, 결론, 사실들은 음악의 영향력을 겪어본 적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일단 책의 저자이자, 음악 심리학자인 빅토리아 윌리엄슨의 음악에 대한 사랑이 곳곳에 묻어나 중간중간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그 사랑이 누구나 공감할만한 추억들이어서 좋았다. (질풍노도의 청소년기에 울적할 때면 들었던 나만의 노래 같은.)
책을 읽기 전에 한 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건 이 책은 여느 소설이나 에세이집과 다르다는 것이다. 부제에도 나와있듯이 이 책은 '음악 심리학' 이야기이다. 담겨있는 내용이 신선하고 매력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술 서적 특유의 번역투와 사례와 설명으로만 이루어지는 내용 구성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거리감이 들 수 있다.
하지만 4년 동안 정말 머리 아픈 철학서적을 공부해야만 했던 필자가 장담하건대 많이 어렵지 않습니다 여러분. 이런 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여가 시간에 음악을 듣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약간의 버벅거림 후에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의 장벽이다.
“자신의 삶에서 음악의 역할을 알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음악 입문서!”
- 더 사이 콜로 지스트, The Psychologist
딱 이거다!
책에서 다루는 정보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가져올 순 없지만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여기에 남기고 싶다. 인생 전반에 따른 음악을 다루지만, 역시 내가 가장 공감이 가며 흥미로웠던 부분은 지금 내 인생의 시기와 가까운 청소년기와 어른 시기의 음악이었다.
특히 청소년기의 들었던 음악이 인생 최고의 음악이 된다는 사실은 정말 흥미로웠다.
내가 음악에게 기대는 상황은 주로 '위로가 필요할 때'이다. 여기서 말하는 위로는 슬프거나 우울하지 않아도 완벽한 힐링을 하고 싶을 때도 포함이 된다.
그리고 나의 이 음악 습관은 정확히 청소년기부터 시작되었다. 더불어 나의 음악 취향도 말이다. 음악에 빠져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는 느낌을 너무 좋아하는데, 정말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습관이다.
두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2부 어른의 음악 중) '일과 음악'부분이었다. 아직까지 노동요란 말이 있을 정도로 일을 할 때 사람들은 음악을 정말 많이 듣는다. 반복적인 업무의 무료함을 달래주기도 하고, 뭔가 에너지 넘치고 빠른 음악을 들으면 일이 빨리 되는 것 같다. 이 것에 대해 분석하고 연구했던 사람들이 있었을 줄이야. 게다가 심지어 생각보다 이 연구가 오래되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단순 업무 중 음악을 듣는 것은 효율성을 증가시키나, 내향성 외향성 노래 취향 등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다고 한다.
아, 음악과 가게의 판매량에 관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역시 2부 어른의 음악 중) 빠른 음악을 틀면 더 빠르게 쇼핑한다는 정설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음악과 판매의 연결고리는 훨씬 복합적이었다. 빠른 음악을 들으면 더 빠르게 행동한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었지만, 빠르게 쇼핑하는 것이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여기에서도 단순히 빠르거나 느린 음악이 아닌 '상황에 적합한 음악'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로웠던 것은 음악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였다. 학문으로 음악을 접하지 않은 나에게(전문가도 아닌 일반인) 음악은 그냥 음악이었다. 하지만 음악 심리학적으로 본 저자가 설명해주는 음악은 훨씬 더 넓은 범위 었다. 언어의 억양, 박자-리듬, 춤까지 포함하는 정말 우리 삶에 깊게 관여한 넓은 범위.
그러니 당연히 음악능력은 단순히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는 것이 아닌 행동과 생활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렇게나 복합적인 능력을 우리 모두가 그리고 나 자신이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새삼 새롭게 다가왔다.
더하여 음악의 긍정적인 영향력(실질적인 능력과 관련된 영향력)을 우리 '모두가' 겪을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다정한 태도가 책 곳곳에 느껴진다. 저자는 스스로를 음치라고 여기는 사람도, 음악을 굳이 찾아 듣지 않는 사람도 우리 모두가 음악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마치 내가 정말 좋아하는 내 취향의 음악을 친구들에게 추천하는 느낌이랄까.
음악은 정말 우리 삶에 여기저기 스며있다. 인기차트 100순위를 재생이 하지 않아도, 길가에서 재생되는 최신 유행곡을 듣고 제대로 들은 적도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기분이 안 좋을 때, 운동할 때, 일을 할 때 우리는 정말 다양한 순간에 많은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이런 음악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삶은 생각 이상으로 언제나 음악과 같이 흘러간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음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어도,
너무나도 흥미롭게 다가올 이 책을 추천한다.
문화예술플랫폼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글입니다.
writer 심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