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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할매 Aug 02. 2023

해원 언니 죽은 지 몇 년인데 ㅠㅠ

해원 언니 아들, 호영이 불현듯 소환되었다!

어떻게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상처를 덮고 살았을까?

예순이 훨씬 넘어서야 살아가는 모든 상황좋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더 목이 마른 거 같기도 했다. 삭막했다. 귀염둥이 선우를 돌보고 있는데도 울컥울컥 속울음이 터지곤 했다. 그 까닭이 지난 유년시대의, 청년시대의 묵은 상처 때문인지는 전혀 몰랐다.

작년 3월, 치유글쓰기라는 이름으로 성찰의 기회가 왔다. SNS를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상처를 톺아보게 하며 스스로 치유케 이끌어주는 전문가와 연이 닿았다.

지난 생애부터 지금까지의 60년 생애가 무수한 기억들로 소환되었다. 아련하고 그리운 풍경으로 때로는 서럽고 아픈 풍경으로 때로는 부끄러운 풍경으로!

내 삶의 갈피들이 한 편 한 편의 글로 기록되고 선생님의 피드백이 따랐다. 인생책까지 완성되었다. 이제 나는 지난 시절을 인정하고 일어서서 행복하면 될 줄 알았다. 아니 한동안 행복한 거 같았다.


'내 인생의 뿌리 부모' 챕터에서 아버지에게 내가 썼던 편지글을 찾아 읽었다. 폭풍처럼 써내려갔던 글이어선지 다시 잊혀져가던 내용이었다.

경제적으로는 무능한 아버지였으나 엄마가 돈 벌러 나간 동안 어렸을 때는 당신 앞에 나를 앉히고 한문을 가르치던 아버지, 영특한 어린 딸내미에게 당시 앞서 가던 여류 인사들을 알게 하며 어려움을 극복할 힘을 주던 아버지가 그려지는 동안 그 곁으로 그 아버지의 관심 한줄기 받지 못하고 온갖 신고의 삶을 살다 세상 떠난 언니가 아픈 모습으로 새롭게 떠올랐다.

엄마의 손을 잡고 새아버지에게 왔다던 언니의 아픈 모습의 어린 시절부터 세상 떠나 한 줌의 재가 되던 화장장의 모습이 펼쳐졌다. 내 상처의 근원이라는 자각이 가슴을 쳤다.

이제야 알아차리다니!

내가 이렇게나 이기적이었다니!

말로만 들었던 언니의 어린 시절부터 이승에서 언니를 보내던 순간까지 가장 언니를 많이 아는 나. 늦었지만 언니의 그 생을 갈피갈피 다시 펼쳐서 이미지로라도 그의 한을 풀어야 한다고 마음을 먹는다.

매거진을 발행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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