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친구 솔의 제안으로 교향악 축제 공연을 보러 갔다. 꽤 오랜만에 가는 예술의전당이어서 기대되었다. 독일에서 아주 유명하다는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님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이었는데 나는 연주자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몰랐지만 솔의 설명에 꽤 기대했다.
코로나로 인해 좌석은 한 칸 씩 자릴 비우고 앉았고, 공연 관람 내내 관객들은 마스크를 써야 했다. 그런데 놀라운건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관악기 연주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 장면을 목도하자 나는 어쩐지 서글픔이 밀려왔다. 지휘자와 협연자만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황. 그녀의 베토벤 협주곡은 정말 놀라웠다. 바이올린 소리가 이렇게나 아름다웠던가? 정말 천상의 아름다움이었다. 나는 그녀의 소리에 내내 귀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협연이 끝나고 수 차례 커튼콜을 하며 연주한 소감을 무대 위에서 직접 이야기했다. 나는 2층 오른쪽에 앉아있어서 그녀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듣지 못했지만, 그녀는 코로나로 인해 몇 번이나 연주가 취소되어서 아주 오랜만에 무대에 섰고 그것도 고국인 한국에서의 오랜만의 무대라 감동적이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는 바흐를 앙코르로 연주했다. 바흐 또한 놀라운 연주였다.
나는 절대 집에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진귀한 음악적 경험을 하고 왔다. 온전히 나의 모든 집중이 그녀를 향해 있고, 그녀의 바이올린 소리가 공기중에 퍼지며 연주홀의 벽을 거치며 내게로 오는 그 감격스러운 순간은 바로 그 순간, 그 장소, 그 현장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오랜만의 이런 음악적 경험을 하고나니 다시 한 번 음악은 대면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8월 중순의 베토벤 협연과 9월에 피아니스트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 연주를 예매해놓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심해진 코로나 확진세에 모두 취소되었다. 정말 속상하다.
올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다. 정말 대단한 기념의 해가 될거라 기대했고, 수많은 음악가들이 루드비히 판 베토벤이라는 거장에게 찬사를 보내며 그를 기리는 멋진 연주들이 행복하게 할거라고 생각했다. 올해 초 성공회성당에서 예정되었지만 취소되었던 베토벤 음악회부터 시작하여 줄줄이 취소 행렬. 정말 운 좋게 한 공연이라도 볼 수 있게 되어 얼마나 나는 행운아인가.
음악은 대면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