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평범한 워킹맘의 비범한 책읽기
001. 시작은 사소한 것에서 온다
모든 시작이 위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소한 계기로 무심코 들었던 생각이 조건반사같이 행동으로 이뤄지고, 그 행동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하루 하루 겹쳐지면서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기적이 생겨나기도 한다.
나에게 책읽기가 그랬다.
2018년 4월,
13년차 직장인, 그리고 5개월차 작은 대행사의 디지털 부서 본부장... 어느덧 디지털 세상은 내가 함께 즐기고 누리는 문화에서 벗어나 '배워야할 곳'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문화를 배워서 익히는 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불안감이 자꾸만 고개를 드는 시기였다.
트렌드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업에 매달리고 있지만, 트렌드는 나와는 멀어져가고 있다- 이러다 어느 순간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하면서 실력보다는 관계에 의존해서 '생계를 꾸려나갈' 내 모습이 걱정이 되었다.
아니, 걱정보다는 현타가 오는 순간 순식간에 무너져버릴 것 같았다. 자존감과 자존심이...
그러면 이제 뭘 해야하지?
며칠간의 생각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또래 지인들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트렌드세터,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야하는 직업을 떠나 '경험치와 나이가 좀 더 메리트가 될 수 있는' 무언가로 직업을 바꾸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동안 쌓아둔 것, 좋아하는 것, 그리고 지금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십여년이 넘는 직장생활 (거기다 최근 이직도 잦은...)이 알려준 것은 '들어가기 쉬우면, 나오는 것도 쉽다, 그러니 힘들게 들어가야 편하게 오래 있을 수 있다' 라는 경험에서 얻은 진리-
한번의 실패도 용납할 수 없는 나이이기도 하니, 몇년의 공부가 필요하더라도 아래의 3가지를 생각했다.
1) 내 적성에 맞으며
2) 사회적으로도 어느정도 인정받을 수 있고
3) 그 이후에 무언가의 자격을 가지고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일까...
한달 여의 고민 끝에, 어느정도 윤곽을 잡았고, 퇴근 후 저녁시간 남편과의 밥상머리에서 생각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나, 공부를 좀 더 해서 심리상담사가 되려고 해.
일반적인 남편이라면 이 때 어떤 이야기를 꺼낼까? 이유를 묻고, 격려를 했을까? 아니면 다른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서 반대했을까? 그렇지만, 5년을 함께 살면서도 가끔 패턴을 이해할 수 없는 파격을 선사하는 남편의 대답은 이랬다.
네가? 남편도 이해 못하는 네가... 심리상담사가 되겠다고?
난 반대야.
당혹스러움이 한 번에 밀려왔다.
나는 도대체 이 사람에게 어떤 아내였을까? 아니, 나는 어떤 사람으로 비춰져 온 걸까? 고집 센 성격의 두 사람이 어느 정도 평탄하게 결혼생활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현재가 증명하듯, 충분히 남편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반응 뭐지...?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열심히 교차했다.
아니지 아니지, 심리상담사가 되고 싶다는데 여기서부터 좌절하면 안되지...
현타와 자아가 싸우고 있을 때 남편이 한 마디 더 던졌다.
책 좋아하잖아. 책 블로그라도 하나 하지 그래? 하는 일도 디지털쪽이겠다.
그게 너한테 맞지 않아?
그래, 그 말은 맞았다. 아이를 키우고 일에 치이면서 한동안 등한시 하기는 했지만, 새로운 제안을 해야할 때 혹은 고민이 생겼을 때 제일 먼저 보게 되는것은 그 주제와 관련된 한 더미의 책들 이었다. 여기에 디지털 채널 영역은 하고 있는 일과도 맞닿아 있으니까-
여기에, 상대가 누구라도 그의 심리를 들어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내가, 가족에게부터 '신뢰'를 받야아하는 게 수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나를 판단한다고 자부하는 이 사람한테 무언가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까지 솟아올랐다.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것을 보여주면
내 의지가 인정받을 수 있겠지?
책 블로그라면,...흠, 파워블로거가 되어볼까?
가끔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사랑이나 칭찬이 아닌 다른 감정일 수 있다.
아무려면 어때, 무엇이든 나를 '발전시키는 발판'으로 삼으면 된다.
그렇게 목표가 정해졌다.
※ 매주 화요일 오전에 올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