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었고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
어른이 되면,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 세상의 일에 조금 더 초연해지고, 어떤 일이 닥쳐도 '어른스럽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그 나이가 되고보니 그렇지가 않다.
마음은 여전히 팔딱거리고, 고민은 여전히 많지만 짐짓 나이대에 맞는 사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언제나처럼 새벽에 일어나, 나와 다짐한 일들을 하고, 집 정리를 하고 아이 어린이집 가방을 싸둔후
회사로 향하는 아침, 환승할 버스 종점에서 유난히도 차가운 새벽공기에 입김을 후- 불면서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엄마로, 사회의 일원으로, 무엇이든 노력하는 딸로 열심히 살아왔고 하루하루가 분단위로 이렇게 바쁜데, 하루를 꽉꽉 채워서 살아감에도 그저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만 급급하기에, 서서히 지쳐가는 나를 본다.
그래서, 매일 쓰는 오늘의 플래너에 아이, 집안일, 커리어, 인간관계 외에 또 하나의 탭을 추가했다.
바로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하는 것' 하루에 아주 조금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그럼... 그 시간을 가지는 것의 증명은 바로 일기!
세상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개인에게는 관심이 없고 어차피 눈치를 봐가면서 글을 쓴다한들 (지금까지 쭉 그래왔지만) 큰 비난을 받거나 할 일은 없기에, 오롯이 나에대한 하루하루를 기록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만든 for me 프로젝트, 오늘은 첫날!
꿈에 박보검이 나왔다. 꿈인데도 나이 차이가 저만치 나고 세상 빛을 다 가진 남자애가 잘 대해주는 게 쑥스러워서 나는 연신 그 호의를 사양하고 있었다.
일어나자마자는 잠시 잊었지만, 출근길 환승 버스의 종점에서 다시 꿈을 떠올렸다.
유명한 정치인이나, 연예인을 꿈에 보면 좋은일이 생긴다고 들었다. 더군다나 착하고 순하나 박보검이니- 좋은 징조가 확실해! '2020년은 좋은 일만 생기겠구나!'라는 예시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굳이 생각하지 않았다가, 나이가 들어서 알게되는 것들이 가끔 있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해야할 것들에 시달리고 난 후 문득 진리 하나가 머릿속에 들어왔다.
'아... 이번 생은 크게 반전없이 이 정도로 흘러가겠구나'
어렸을 때라면야 부모탓을, 사회탓을 하겠지만 이젠 '그동안 이렇게 살아온 내 탓'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되돌릴 수 없다면 스스로에게 만족하면서 그냥 가는 수 밖에-
버스를 타고 회사로 향했다. 뭐 그다지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힘내고 싶은 날- 본인 뜻은 절대 아니겠지만 꿈 속에 나왔던 박보검을 떠올리면서 노래를 듣기 시작한다.
1시간 무한 루프라니 ... 이래서 유튜브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니까-
오늘도 수고하자.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