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꺼리, 이슈를 찾기 위해 일하는 틈틈이 뉴스 기사 제목을 확인하고 읽는다. 가장 눈에 띄었던 소식은 "이번 생은 망했다"라고 까지 이야기한 이국종 교수님의 인터뷰- 오직 자신의 의지와 소신으로 사라져 버릴 듯했던 귀한 생명을 여럿 살렸고, 생명 앞에서는 직업의 귀천, 돈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소중히 대접받아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실천하신 분인데 그의 행보를 돕는 척 하면서 정치적인 수단으로 혹은 돈벌이로 인기와 돈만을 쏙쏙 뽑아가는 사람이 너무도 많았다. 이제 지쳤다,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겠다는 인터뷰를 보니 나 또한 힘이 조금 빠졌다.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을 만한 무게가 아님을 알고 있기에 '다시 힘을 내보세요'라는 말은 못 할 것 같다.
의사라는 직업만큼 귀중하고도 특별한 직업이 또 있을까? 특별한 직업이기에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지대하지만 이국종 교수님 같은 분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병원에 가 본 사람들은 아마 알 것이다. 소명 의식은커녕 직업적인 의식조차 희박해 보이는 의사들이 얼마나 많은지...
어렸을 적 의사를 꿈꿨던 적이 있다. 그러나 철이 빨리 들었던 나는 (그 빨리 든 철은 대학 입학 무렵 그만큼 나이의 반대로 돌았고 내 사춘기는 그때에서야 찾아왔다) 의대가 공부기간이 길고 비싸다는 이야기에 꿈 리스트에 이를 삭제했다. 그리고 고등학교 입학 후 수학시험이 이렇게 나올 수도 있구나를 깨달은 후 문과를 지망하면서 볼펜으로 쓱쓱 그었던 '의사'의 칸을 화이트로 깨끗이 지웠다.
그래도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꿈은 무엇을 하든 '역사 교과서에 이름이 남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었는데, 현실의 힘듦이 녹록지 않았고 그 와중에 가까스로 입시를 지나고 학교를 확정 지으면서 그 꿈 또한 무지개 저 편으로 보냈다.
대학생활은 캠퍼스의 낭만이 있기 전에 일단 돈이 많이 들었고 엄마와 나는 경제권 관련 첫 의견 대립에 부딪쳤다. 매일 용돈을 받고 과외비를 전부 엄마에게 드릴 것이냐 용돈을 포기하고 과외비까지 내가 컨트롤할 것이냐... 며칠간의 실랑이 끝에 용돈 포기, 내가 번 돈은 내가 알아서 쓴다의 답으로 귀결되었다. 부작용이라면, 학비까지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랄까... (그 이후로 졸업 때까지 학비와 용돈은 내 과외비에서 나갔다. IMF가 오고 사회가 안 좋아지면서 과외가 급격히 줄었을 때엔 한 학기를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를 충당했다. 빨리 졸업해서 '학비'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꿈의 크기는 경제력에 비례한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달은 후 내 꿈은 조금 더 쪼그라들었다. 어차피 크게 못 버는 돈, 쳇바퀴같이 사는 것보다 재밌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선택했던 직업이 바로 CF 조감독이었고, 엄마는 내 직업 결정을 들으시고 그 당시 군대에 가있던 남동생에게 전화를 하셔서 엄청 우셨다고 했다.
큰 사고 하나 안치고 알아서 대학까지 졸업한 딸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뭘 도와줄 수도 없어 반대는 못하시고 아들에게 하소연하는 게 전부이셨나 보다. 난 그 이야기를 그 일이 있은 후 15년 후에서야 들을 수 있었다.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아 선택한 꿈은 내가 그다지 특별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고, 영웅? 역사의 한 획은커녕 평범하게 남들처럼 사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확실히 일깨워주었다.
가족이 생기고, 매일매일 꿈꾸면서 자라는 아이를 보면서 이제 돈을 많이 벌 궁리를 한다. 내 아이가 최소한 돈 때문에 꿈이 쪼그라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의 꿈에 나의 꿈을 모두 담지 말아야 한다는 방침도 가지고 있다. 나는 나고 내 아이는 또 다른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하니까-
꿈도 꾸고 돈도 버는 일, 일을 하는 것이 돈벌이만큼 보람 있을 수 있는 일... 그래서 내 꿈에는 언제나 '재미'가 따라다녔었던 것 같다.
배우고 익힌다. 작은 꿈이라도 가지고 있으려면 그 수밖에 없다.
다시 이국종 교수님의 인터뷰를 읽는다. 나보다 더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내신 분인데,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신다. 아... 돈 때문에 내 꿈이 쪼그라든 게 아니라, 내가 그만큼의 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잘하려면 재미를 찾기 전에 그 무언가를 익히고 익숙해지는 어려운 시기가 필요한데 혹시 나는 그 어려운 시기를 넘을 의지가 부족했던 것 뿐인데 이를 경제적 어려움으로 핑계 대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40이 넘은 어른이 되면 뭔가 딱딱 답이 나올 것 같았는데 삶은 여전히 어렵고, 지난 과거의 삶이 다시금 현재의 삶에 발목을 걸친다.
이미 지나간 일에 후회해봤자 무슨 소용-
다시금 결론은 같아진다.
반성하고, 다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배우고 익히는 수밖에... '꿈'이라는 것이 내 안에 자랄 수 있도록...
그래야 더 즐겁게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