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시간
만 1세와 만 4세.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건 각자가 힘들게 하는 것보다도 '둘'이기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다.
둘째는 아직 '같이 논다'는 개념이 없다. 오빠가 정성스레 쌓아올린 블록 탑은 둘째에겐 그저 신나는 파괴 대상일 뿐. 와르르 무너뜨리고 까르르 웃는 둘째, 그리고 울음을 터뜨리는 첫째. 이 장면이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된다.
퍼즐 조각은 사방으로 날아가고, 첫째가 그려온 그림엔 어김없이 둘째의 낙서가 더해진다. 종이접기 작품은 찢어진 조각이 되어 바닥에 나뒹군다.
둘째는 '남의 것'이라는 개념은 어렴풋이 안다. 하지만 욕구를 참는 건 아직 불가능하다. 오빠가 가진 것은 일단 가져가고 본다. "안 돼, 오빠 거야"라고 말해도 이미 손에 쥔 물건을 놓지 않는다.
더 얄미운 건 자기 것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는 점. 평소 양보를 잘하는 첫째가 "잠깐만 빌려줘"라고 해도 물건을 꼭 쥐고 도망간다. 그리고 시작되는 또 한 번의 전쟁.
아직 자기 의사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둘째는 소리 지르기로 모든 감정을 표출한다. 오빠가 계속 건드리면 "으아아악!" 온 집안이 떠나가라 운다.
오빠가 하는 건 무조건 따라 하려는 것도 문제다. 가위질, 글씨 쓰기, 레고 조립... 아직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은데 "나도! 나도!"를 외친다. 못하게 하면 드러누워 울고, 시켜주면 못해서 또 운다.
가장 무력한 순간은 둘째를 혼낼 때다. 만 1세는 두뇌 발달상 훈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나이. 아무리 단호하게 "안 돼!"를 외쳐도 잠시 멈칫할 뿐, 금세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더 막막한 건 이 시기가 최소 2년은 더 지속된다는 사실. 둘째가 훈육을 이해하고, 남매가 진짜 '함께' 놀 수 있는 그날까지.
하지만 이 모든 전쟁 같은 일상 속에서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첫째가 동생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모습을 볼 때다. 아직 한글도 모르는 오빠가 그림을 보며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둘째는 오빠 무릎에 기대어 집중하는 척한다. "여기 토끼가 있지? 깡충깡충!" 오빠의 설명에 둘째가 "끼까까!" 따라 한다.
첫째가 동생 옷을 입혀주겠다고 나서는 아침. "아빠, 내가 다 입혔어!" 뿌듯해하는 표정이 사랑스럽다. 둘째도 오빠가 입혀주는 걸 순순히 받아들인다.
침대 위에서 둘이 뒹굴며 깔깔거릴 때면, 내가 왜 둘째를 낳았는지 비로소 깨닫는다. 서로 간지럽히고, 이불 속에 숨었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숨이 넘어갈 듯 웃는다. 그 웃음소리만으로 온 집안이 행복으로 가득 찬다.
밖에 나가면 더 놀랍다. 평소엔 각자 놀기 바쁜 두 아이가 서로를 찾는다. "우리 동생 어디 갔어?" 하는 첫째. "어빠! 어빠!" 하며 찾아 헤매는 둘째. 만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또 각자 논다. 하지만 그 찰나의 걱정이 내겐 큰 감동이다.
특히 둘째가 하루 종일 "오빠야~ 오빠야~" 하며 졸졸 따라다닐 때. 첫째의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언젠가 이 힘든 시기도 추억이 될 것이다. 둘이 진짜 친구가 되어 함께 놀고,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고, 때론 부모보다 서로를 더 의지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오늘도 나는 심판이 되어 두 아이 사이를 중재한다.
하지만 이제 안다. 이 소란스럽고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도, 두 아이가 서로에게 얼마나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