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속의 체디_ Wat Chaloem Phra Kiat
왓쩨디룽프라끼앗
람빵, 태국 북부
치앙마이에서 당일치기 여행기
새벽, 치앙마이를 출발하다
아침 6시,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치앙마이를 출발했다. 람빵까지는 차로 약 1시간 30분.
고속도로를 타고 남동쪽으로 내려가는 길, 서서히 밝아오는 하늘 아래 태국 북부의 풍경이 펼쳐진다.
람빵에서 왓쩨디룽프라끼앗이 있는 차에홈(Chae Hom) 마을까지는 다시 약 1시간. 도시를 벗어나 시골길로 접어들면서부터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논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건기의 태국 북부가 품고 있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나게 된다.
노란 꽃나무가 도열한 시골 도로. 소를 실은 트럭이 느긋하게 달린다. 길가에 늘어선 나무들이 노란 꽃을 한가득 피워 올리고 있었다. 태국에서 "도크 끄라오(Dok Krao-정확하지 않을 수도)"라 부르는 이 나무는 건기인 1~2월에 잎을 모두 떨구고 대신 선명한 노란 꽃으로 가지를 채운다. 마치 태국판 벚꽃길 같은 이 풍경은 관광객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북부 건기의 숨은 선물이다.
꽃으로 물든 길
사원으로 향하는 길에는 노란 꽃만 있는 게 아니었다. 사원이 있는 마을 어귀에서 만난 부겐빌레아는 핑크빛으로 담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산기슭으로 올라가는 도로변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건기의 메마른 풍경에 색을 더하고 있었다.
구불구불, 산을 오르는 길
차에홈 마을을 지나 사원이 있는 산 방향으로 접어들면, 잘 포장된 산길이 숲 사이로 이어진다. 오토바이 한 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같은 방향으로 달린다. 건기의 낙엽이 수북한 숲 사이로 굽이치는 이 도로는 그 자체로 드라이브 코스다.
왓쩨디룽프라끼앗, 하늘에 닿다
주차장에 도착하면 1인당 290밧(사원 입구까지 데려다주는 쏭테우 비용 포함)을 내고 외국인 입장료를 지불하면 사원 입구 안내소까지 데려다준다. 안내원이 물을 사라고 물이 필요할 거라며 1병을 건넨다 물값은 15바트다. 여기가 조금 더 가면 드디어 시작 지점 1번 지역으로 제법 깨끗한 화장실이 있고 사찰 안내 표지판이 있다. 방문객을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안내판이었다. 등산로 총 거리 540미터, 15개 포인트로 이루어진 코스다. 숫자만 보면 짧아 보이지만, 가파른 바위산을 오르는 길이라 만만치 않다. 모든 구간은 금속 계단으로 되어 있고 몇 구간 시멘트 블록이며 군데군데 전망대 겸 쉼터(구급약 상자 있음)가 있다. 작은 종도 설치되어 있다. 심장 질환이나 고혈압 환자는 주의하라는 경고문이 입구에 붙어 있다.
등산로 입구의 안내판. 540m 코스에 15개 포인트
가파른 계단(거의 90도 직각)과 바위틈 사이를 오르다 보면, 서서히 시야가 트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고개를 들었을 때, 바위 봉우리 꼭대기에 올라앉은 하얀 체디(Chedi, 불탑)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이 체디들이야말로 이 사원이 "하늘 위의 사원"이라 불리는 이유다.
바위와 하늘 사이, 사원의 풍경
이 사원의 독특함은 단순히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이 아니다. 가파른 바위 절벽 위에 목조 건물들이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고 있고, 그 사이사이에 흰 체디와 금빛 첨탑이 솟아 있다. 자연과 인간의 신앙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풍경이다.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자리한 목조 건물과 체디
정상부에 마련된 법당에는 다양한 양식의 불상들이 모셔져 있다. 검은빛의 주존불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금불상들, 그리고 태국 국왕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다. 목조 지붕 아래로 태국 국기와 불교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향과 꽃의 향기가 은은하게 퍼진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세상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숨이 멎을 듯하다. 사방으로 펼쳐진 람빵의 평야, 논과 밭이 패치워크처럼 이어지고, 작은 마을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다. 건기 특유의 옅은 안개가 산자락을 감싸고 있어, 마치 수묵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여행을 마치며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할 무렵, 다시 산을 내려왔다. 올라갈 때와는 또 다른 빛깔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노란 꽃나무들은 석양빛을 받아 더욱 황금빛으로 빛나고, 부겐빌레아는 마지막 햇살을 머금고 있었다.
왓쩨디룽프라끼앗은 치앙마이의 유명 사원들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왓프라탓도이수텝 대신, 자연 속에서 태국 불교의 깊은 신앙심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치앙마이에서 당일치기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으며, 특히 건기인 12월~2월 사이에 방문하면 맑은 하늘과 노란 꽃길까지 덤으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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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정식 명칭: 왓쩨디룽프라끼앗 프라뭍뭐앙
Wat Chaloem Phra Kiat Phrachomklao Rachanusorn
위치: 람빵(Lampang) 주 차에 홈(Chae Hom)군
치앙마이에서: 차로 약 2시간 30분 (약 130km)
등산 소요시간: 편도 약 30분~50분
(체력에 따라 상이)
입장료: 290밧(쏭테우 포함)-외국인
추천 시기: 12월~2월(건기, 맑은 하늘과 노란 꽃)
준비물: 충분한 물, 편한 신발, 수건, 모자, 선크림
주의사항: 가파른 구간 많음. 심장 질환, 고혈압 환자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