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분이신 거 같아요.’
최근에 취업시장에 뛰어든 내가 점잖게 나이 드신 아버지뻘의 면접관분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내 눈을 지그시 보며 한 나지막한 말은 순간의 울컥을 불러올 만큼 큰 응원이었다. 희망 같았다.
여러 군데서의 인터뷰를 쉴 새 없이 보면서 난 정말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에게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밝으신 분이신 거 같아요.’
‘자존감은 참 높아 보여요.’
‘용감하시네요.’
‘면접을 보며 후보자로부터 저의 10년~ 20년 전을 돌아보게 하는 후보자는 처음이네요. 제가 감사합니다.’
‘보는 사람으로부터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힘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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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그만큼 내 자신에게 인색했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웠던 것이고 어쩌면 유난스럽게 한마디 형식적일 수 있는 칭찬에 의미를 부여하는걸 수도 있다.
모든 걸 떠나서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내가 알던 예전의 내가 아직도 내 안에 살아있다는 것을. 인터뷰장을 나와 들이마신 숨은 지금껏 귀국해서 마신 공기 중 제일 청량했다. 말로 설명이 안 되는 활력이 막 생기고 입가에 미소가 계속 맴돌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내가 좋아했던 남자가 내가 제일 정신적으로 약해져있을때 그랬다. 예전보다 내가 어두워졌다고. 자신을 더 사랑하라고. 그 팩트가 팩트인게 너무 자존심 상하고 아팠다. 최악의 위로였다. 아니, 위로가 아닌 나를 둔 판단이었다. 덕분에 하나 깨달은 것은 있다. 아픈 사람에게 아픈 부분을 꼬집지 말 것. 어차피 어디가 아픈지는 본인들이 제일 잘 알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이성 앞에서 내가 제일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이 드러나지는 것이 나는 너무나도 익숙지 않은 사람이고, 그 상대 또한 나에게 그런 안정감을 줄 정도의 신뢰가 쌓인 사람은 아녔으므로 그 별거 아닌 말이 나에겐 충격으로 남았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내 어두움이 느껴지다니..라는 절망감에 빠지기도 했는데 이렇게 얼굴도 한번 못 본 사람들에게서 생각지 못한 타이밍에 위로와 응원을 몇 배로 받는다. 사람 일 참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1월은 뜻밖의 행운의 달이였다. 내 옆에 원래 함께 해주던 사람들과 더불어 나보다 더 인생의 깊은 길을 가본 사람들이 진심을 담아 한 청춘을 응원해주던 그 눈빛에서 나는 새삼 나에 대해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이렇게 사람은 사람으로부터 고립되다가 사람을 통해 생각지 못한 치유를 조용히 끌어안게 된다. 그렇게 어렵던 것이 갑자기 사르륵 품에 감긴다. 마치 처음부터 온전히 나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있던 것처럼. 마음이 조금 더 풍요로워지는 이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이 스토리를 기록한다.
나도 이로써 누군가에겐 꼭 전해주고 싶다. 모든 것에는 이유와 타이밍이 있다고. 10개월의 몸부림과 3개월의 정신과 치료가 있었다. 그래도 그 끝이 보이는 때가 온다. 사람마다 타이밍이 있다는 말이 참 거지 같다고 생각했는데 1월은 내 타이밍이었나보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용기가 생긴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마어마할 수 있는 일인지. 본인이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면 정말 큰 사람이라는 걸 꼭 말해주고 싶다.
알 사람들은 다 알아준다. 아는 만큼 사람도 보이는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가끔 우리는 정말 낯선 사람들로부터 이렇게 나를 발견한다.